[EDU&ART]엄마라는이름의환상

입력 2008-03-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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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47살이다. 나는 17살 난 아들과 10년째 둘이 살고 있다. 나는 18년 동안 비주류 문화권에서 활동해 온, 생활이 불안정한 프리랜서 기획자다. 아이는 일반 중학교에 이틀 다닌 뒤 자퇴하고 대안학교를 1년 반 다니다가 그만두고, 지금은 1년째 집에서 놀고 있다. 여기까지 얘기를 듣다보면 뭔가 특이하고 유별난 집구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투철한 교육철학이 있어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나는 매우 평범하고 상식적이며, 특별하지도 튀지도 않는 사람이다. 나는 그저 순리대로 살고자 할 뿐이며, 할 수 없는 것은 포기할 뿐이다. 학교가 싫다는 아이를 설득할 논리와 학교에 강제로 끌고 갈 힘이 내게 없을 뿐이다. 문화예술 계통에서 일하는 엄마이므로 뭔가 믿는 구석이 있지 않을까 의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집은 인테리어부터 시작해서 대화의 내용까지 모든 것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예술하고는 거리가 멀다. 대한민국에서 예술관련 일을 하는 것은 매일 온 몸에 상처를 입는 일이기에 나는 밖에서 돌아오면 내 몸을 추스르고 회복하는 것이 먼저다. 집구석은 늘 자취방같이 썰렁하고 먹는 것은 대충 때우는 식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며 낄낄거리고 인터넷으로 아이돌을 훔쳐보는 것으로 하루의 삶을 버티어 낸다. 이렇게 내 몸 하나 추스르기 벅찬 나는 아이를 위해 많은 것을 해줄 여유가 없다. 남들이 생각하는 예술적인 환경 조성은 커녕 내가 기획한 전시에도 아이를 데려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돈이 있어서 개인과외를 시킬 수 있는 형편이 되는 것도 아니어서, 아이가 원하는 학원 두 곳에 겨우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아이는 낮에 대부분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고 저녁이 되어서야 피곤한 엄마와 잠깐 마주할 뿐이지만, 대체로 만족스러워 보인다. 물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삶의 충전이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고 아이를 사랑하는 방식도 사람마다 다른 법이다. 세상에는 구수한 된장국을 끓여놓고 맨발로 뛰어나가는 헌신적인 엄마와 텔레비전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나오는 비정한 엄마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 세계의 엄마들은 그 중간에 존재한다. 신고할 만큼 위험하지도, 눈물 없이는 떠올릴 수 없을 만큼 헌신적이지도 않은 엄마들이 세상에는 더 많다. 엄마라는 이름에 부여된 거짓된 환상과 로망이 이러한 현실속의 엄마들을 힘들게 함을 알고 지금 나의 엄마를 직시해보길 바란다. 윤 재 인 비주류 문화판을 기반으로 활 동해온 프리랜서 전시기획자. 학교를 다니지 않는 17살 된 아이와 둘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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