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홈런 1위를 질주 중인 NC 데이비스. 스포츠동아 DB
팀당 최대 3명씩 보유할 수 있는 외국인선수가 전력에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외국인선수 농사에 실패하면 그만큼 큰 지장을 받는다.
특히 좋은 외국인타자 한 명이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절대적이다. 국내 타자들의 구성에 따라 외국인타자의 유형도 달라지는데, 최근 들어 거포형 외국인타자에 대한 갈증이 점점 커지고 있다.
파워히터는 타석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 배터리가 위압감을 느끼게 한다. 실투 하나가 홈런과 직결될 수 있다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승부처에서 장타력을 갖춘 타자와 승부하는 건 분명 신경이 더 쓰일 수밖에 없다.
물론 정확도와 장타력을 모두 갖춘 타자라면 더 바랄 게 없다. 정확도를 갖춘 중장거리형, 이른바 ‘육각형’ 타자들이 대세였던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장수 외국인타자로 활약했거나 지금도 뛰고 있는 에릭 테임즈(전 NC 다이노스・2014~2016년)와 다린 러프(전 삼성 라이온즈・2017~2019년), 2017~2020년 맹활약을 펼치고 올해 4년만에 KT 위즈로 돌아온 멜 로하스 주니어도 ‘육각형’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거포형 외국인타자들의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삼진이 많고, 타율이 낮더라도 홈런 한 방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매력을 그냥 지나치지 어렵기 때문이다. 23일까지 올 시즌 홈런 1위(28홈런)를 질주 중인 맷 데이비슨(NC 다이노스)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일본프로야구(NPB·히로시마 도요 카프)에서 19홈런을 치고도 타율이 0.210이었는데, 올해 KBO리그에선 0.278(320타수 89안타)로 준수한 편이다. 손아섭, 박건우, 박민우 등 중장거리 타자들이 포진한 NC 타선의 밸런스를 맞추기에 부족함이 없다.
최근 외국인타자를 교체한 삼성과 두산 베어스도 장타력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은 기존 외국인타자 데이비드 맥키넌이 72경기에서 타율 0.294(272타수 80안타), 36타점, 출루율 0.381의 성적을 거뒀지만, 장타력(4홈런)에 아쉬움을 느껴 교체를 결정했다. 장타력이 뛰어난 새 식구 루벤 카데나스는 21일 대구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끝내기홈런을 쳐내는 등 엄청난 임팩트를 남기며 팬들을 열광케 했다. 표본이 크진 않지만, 외국인타자의 장타 한 방이 가져오는 효과가 팀 분위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두산도 80경기에서 타율 0.305, 10홈런, 48타점, 출루율 0.360으로 맥키넌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남긴 헨리 라모스를 웨이버 공시하고, 장타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제러드 영과 계약했다. 정확도 측면에선 크게 뒤떨어지지 않았던 맥키넌과 라모스를 포기하고 새 얼굴을 택한 삼성과 두산의 선택은 향후 KBO리그의 외국인타자 선발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듯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