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할 때 힘 못 쓴 주장 전준우…롯데, 잇단 타순 변경에 묻어난 고심

입력 2024-07-27 05:5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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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올 시즌 중요 상황에 제 실력을 보이지 못하는 주장 전준우에게 맞는 옷을 찾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롯데가 올 시즌 중요 상황에 제 실력을 보이지 못하는 주장 전준우에게 맞는 옷을 찾고 있다. 스포츠동아DB


KBO 공식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올 시즌 전준우는 wRC+(조정득점생산) 118.7을 기록했다. 간단히 말해, 가령 안타나 볼넷으로 출루하거나 홈런을 쳐내는 것 자체는 리그 평균 이상이었다는 뜻이다. 2022년(124.6)과 지난해(136.6) 정도는 아니나, 그래도 규정타석 70% 이상을 채운 타자 중 빅터 레이예스(138.5) 뒤를 잇는 전준우가 롯데에서 큰 역할을 맡아야 하는 타자라는 점은 올 시즌 역시 다르지 않은 듯하다.
보이지 않은 것
다만 이 안타나 홈런이 나오는 상황이 중요했다. wRC+는 현존하는 타격 지표 중 과거 타율만큼이나 비중 있게 쓰이는 기록이다. 그러나 순수하게 타자 능력만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만든 지표이기에 타자가 놓이게 되는 상황은 중립적으로 본다는 특성이 있다. 다시 말해 맥락과 상황별 중요도가 함께 설명되기 어렵다. 이 기록상 주자가 있는 상황과 없는 상황에서 안타, 홈런이 지니는 가치는 동일하다.

먼저 올 시즌 승리확률을 높이는 플레이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었다. WPA(승리확률기여합산) 부문에서는 음수에 머물다 현재 팀 내 최하위(-1.41)에 그치고 있다. 25일 사직 LG 트윈스전에서는 2-0으로 앞선 1회말 2사 1·3루서 1타점 좌전 적시타를 쳐 승리확률 6.6%p를 높였지만, 이후 세 타석에서 모두 범타에 그쳤다. 최종 합산에서는 이날 승리확률(-1.5%p)을 도리어 낮춘 셈이 됐다.

중요 상황에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영향이 컸다. 이닝, 점수차, 아웃카운트, 주자 배치에 따라 경기 상황별 중요도를 나타내는 레버리지 인덱스(LI)에 따르면, 전준우는 LI가 평균(1.0) 수준일 때 WPA 0.83을 기록했다. 반면 LI가 1.6 이상으로 중요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WPA -1.87에 그쳤다. 적시타가 나온 25일 경기 첫 타석(1.24)에서는 LI가 평균을 약간 웃돌았다. 반면 6-6으로 맞선 연장 10회말 1사 2루에서는 그보다 LI(3.17)가 두 배 이상 높았지만, LG 정우영에게 몸에 맞는 공을 얻어내려다 끝내 유격수 땅볼에 그쳤다.

롯데 주장 전준우가 26일 창원 NC전에서 5회초 좌전안타를 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주장 전준우가 26일 창원 NC전에서 5회초 좌전안타를 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3번에서 7번으로
김태형 롯데 감독은 조치를 취했다. 이에 전준우는 2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최근 5경기 동안 4개 타순에 배치됐다. 당초 3번타순에 자주 서다 5번과 2번을 거쳐 25일 사직 LG전부터 7번타순으로 하향 조정됐다. 김 감독은 ‘중요 상황에서 아쉬운 결과가 이어져 전준우 타순을 옮기게 됐는가’라는 질문에 “당연히 그렇다”며 “중요 상황에 흐름이 탁탁 끊겼다. (3번타순에 있을 때) 레이예스 앞에서 (흐름이) 다 끊기니 뒤 타순으로 뺐다가 2번에서 한번 치게 해봤다. 중요 상황에 못 치는 경우야 나오기 마련이지만, 감독으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전준우는 어느 타순과 역할이든 기꺼이 받아들이는 자세다. 26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는 7번타순에서 0-1로 뒤진 5회초 1사 1루서 좌전안타를 쳐 기회를 키웠다. 후속타자 박승욱이 1사 1·2루서 동점 1타점 적시타를 치기에 앞서 발판을 놓는 장면이었다. 이날 전체 타석 중 중요도(LI·1.69)는 가장 높았다. 물론 단 한 경기, 한 타석에 그치거나 자신을 기다려주는 선수단과 김 감독에게 더는 보답을 미뤄서는 곤란하다. 김 감독은 “계속해서 중요 상황에 못 치게 되는 경우 타순을 다시 조정하거나 대타 기용 또한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그래도 전준우가 타격 능력 자체를 논할 선수는 아니다. 전준우는 전준우”라고 믿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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