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뮤직]“우리아이가수만들기…2억쯤이야”

입력 2008-04-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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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아이들스타키우기붐…한명당2억불구‘연예뒷바라지’
《절대 큰 돈 아까워하지 않고 개인 교육을 시킨다. 별도의 학습계획표와 특별 식단도 준비한다. 아이가 힘들어 하면 “힘내라, 포기하지 마라”며 격려한다. 고3 수험생 부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요즘 자신들의 아이를 화려한 조명을 받는 10대 아이들(idol) 스타로 키우려는 부모의 남다른 모습을 가리키는 말이다. 최근 들어 방송사와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에는 자녀를 미래의 스타로 키우기 위해 문을 두드리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음반 기획사에서 땀을 흘리는 연습생들이 한 명의 가수로 무대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야 할까. 한 대형음반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평균 5년 된 연습생을 기준으로 한 명당 최소 5000만 원 정도 소요된다고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연습생에게 지출되는 비용은 크게 보컬과 댄스 트레이닝 비용, 숙소비 등이다. 여기에 생활비를 비롯해 피부 마사지, 기초 체련 단련 등 개인 관리비가 포함되면 비용은 더 높아진다. 이 관계자는 “연습 기간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데뷔 준비를 할 때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며 “뮤직비디오 촬영비를 포함해 음반제작비, PR비 등을 포함하면 적어도 1억∼1억5000만 원 정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해 데뷔해 ‘텔미’를 크게 히트시킨 원더걸스의 경우,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멤버당 약 4000만 원을 투자했다. ○저지방 식단에 별도 사교육까지 방송사의 한 신인가수 육성 프로그램 녹화장에서 만난 음반 관계자는 “요즘 기획사에 자기 아이를 가수로 만들고 싶다고 함께 손잡고 찾아오는 부모들이 많다”라고 한다. 동방신기 SS501 원더걸스 빅뱅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등 요즘 가요계의 대세는 역시 아이들 스타다. 이들이 많은 인기를 누리면서 기획사마다 2000년 들어 잠시 주춤했던 아이들 그룹 만들기가 한창이다. 그런데 요즘, 90년대 아이들 그룹 붐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자신의 자녀들을 스타로 키우고 싶다며 부모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현재 한 대형 음반기획사에서 신인그룹 멤버 후보로 훈련을 받고 있는 이모 군(18). 이 군은 어머니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이 음반기획사에 들어와 6년째 ‘연습생’(기획사에 소속돼 가수를 준비 중인 이들을 통칭하는 말) 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 서울 동대문 패션몰 두타에서 열린 이 군의 오디션 무대에서 만난 이 군의 아버지 이모 씨(공무원·50)는 “나는 아직도 반대하는데 애 엄마가 극성”이라며 멋쩍게 웃어보였다. 이 군의 어머니는 여느 엄마들과 달리 아들의 가수 도전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심지어 학업보다 보컬이나 댄스 연습을 소홀히 하는 걸 더 야단칠 정도다. 이 군의 아버지는 “다른 연습생 부모도 자녀를 가수로 성공시키기 위해 공을 많이 들이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씨에 따르면 몇몇 부모들은 아이들의 몸매 관리를 위해 저지방 고단백질의 식단을 짜기도 한다고 한다. 또한 일정표를 짜 그 날 연습량을 체크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동영상 카메라로 연습 장면을 촬영해 모니터링하기도 한다. 기획사 내 연습과는 별도로 댄스학원을 보내는 등의 ‘사교육’에도 힘쓴다. 무엇보다 학업과 연습생 생활을 병행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포기하지 말라”는 조언과 함께 늘 힘을 북돋워준다. 이 군의 어머니는 “엄마들이 먼저 팬이 되서 지원을 해야 아이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딴따라’는 옛말 대형 음반기획사의 한 대표는 예전과 사뭇 달라진 풍토에 대해 “전에는 연예인은 ‘딴따라’라는 의식이 강해 부모들의 반대로 가수의 꿈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이제 연예인들이 유망 직종으로 떠오르면서 부모들이 먼저 나서 데뷔시켜달라고 한다”고 소개했다. 부모의 적극적인 지원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데뷔전까지는 아이들에게 전속 매니저가 없기 때문에 엄마들이 그 역할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음반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부모의 욕심만으로 자녀에게 가수 데뷔를 강요하는 건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JYP 엔터테인먼트 신인개발팀의 한 관계자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제는 단지 잘 생긴 것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는 시대”라고 지적하며 “본인의 강한 의지와 재능 없이 단지 부모의 의지로 연습을 시작한 아이들은 낙오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요즘엔 공부도 잘해야 성공” 그는 이어 “연습생 대부분은 하루에 보컬 트레이닝만 3시간이며 댄스 훈련도 2∼3시간 정도”라며 “요즘에는 학교 성적도 좋아야 데뷔 후에도 인정받기 때문에 공부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해외 진출을 위해 3개국어는 기본이기 때문에 타고난 끼 뿐 아니라 피나는 노력이 더해져야 가수로 데뷔할 수 있다는 걸 명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재현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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