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용훈이형미안해”…롯데꺾고2승

입력 2008-04-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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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도없는’선후배사이나란히부상서재활
“용훈이 형, 미안해.” 10일 대구구장에서 선발투수로 맞붙은 삼성 배영수(27)와 롯데 이용훈(31)은 절친한 선·후배다. 보통 친한 사이가 아니다. 남다른 인연과 사연을 공유하고 있고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형제처럼 서로의 가족사를 챙길 정도로 끈끈한 우정을 유지하고 있다. 둘은 입단동기다. 경북고 졸업반이던 배영수는 삼성의 2000년 신인 1차지명을 받았고, 경성대의 이용훈은 2차지명 5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나이는 대학을 나온 이용훈이 4살 위지만 2000년 입단동기로 프로생활을 같이 시작했다. 둘은 또 ‘프로 첫 룸메이트’라는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1999년말 삼성의 경산볼파크에서 훈련을 시작할 때 한방을 같이 쓰면서 서로의 고민을 얘기했고, “함께 프로에서 성공하자”며 청운의 꿈을 꾸었다. 삼성 또한 강속구를 뿌리는 둘을 ‘미래의 에이스’로 점찍고 공을 들였다. 그러다 이용훈이 2002년 SK로 트레이드되면서 이별하게 됐다. 이용훈은 2003년 중반 롯데로 다시 트레이드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나 우정은 변함이 없었다. 전화로 안부를 물었고 배영수가 부산, 이용훈이 대구로 원정을 오면 따로 만났다. 한때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뿌리던 이들은 수술 후 재활훈련을 한 뒤 올 시즌 재활의지를 불태우는 공통분모까지 있다. 2006년 11월 이용훈이 먼저 오른쪽 어깨 관절경 수술을 한 뒤 배영수도 2개월 후인 2007년 1월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했다. 배영수는 지난해‘ 재활훈련을 하다 지치면 부산으로 내려가 이용훈을 만났다. 이용훈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지만 조금이라도 더 일찍 재활훈련을 시작했다는 이유로, 또 선배라는 이유로 배영수를 감싸 안으며 용기를 북돋아줬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둘은 고민을 공유하며 필사적인 재활훈련을 한 끝에 올 시즌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배영수는 삼성의 제1선발, 이용훈은 롯데의 제5선발 자리를 꿰찼다. 운명의 장난일까. 전날 경기가 비로 취소되면서 둘이 선발 맞대결을 벌이게 됐다. 배영수는 전날 저녁 롯데 선수단이 묵고 있는 대구 수성구의 인터불고 호텔로 찾아가 이용훈을 만났다. 이용훈이 “뭐하러 왔노”라고 묻자 배영수는 “행님 보고 싶어 왔지 뭐하러 왔겠심니꺼”라고 대답하며 웃었다. 우정은 우정이고 승부는 승부. “내일 누가 이기든지 서로 잘 던지자”고 의기투합한 둘은 이날 마운드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뿌렸다. 배영수는 6회까지 최고구속 147km를 기록하며 3안타 4탈삼진 무실점의 역투로 시즌 2승을 챙겼다. 상승세의 롯데를 격파하고 다시 팀이 공동선두로 올라서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이용훈도 4회까지 노히트노런으로 역투했지만 5회에 4안타를 맞고 2실점하면서 패전의 멍에를 썼다. 둘은 2004년 9월 24일 처음 선발 맞대결을 벌인 적인 있는데 당시에도 배영수(8이닝 2실점)가 이용훈(3.1이닝 1실점)을 꺾은 바 있다. 둘 다 재활훈련을 마친 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 긴 이닝을 소화할 수는 없는 상황. 승패는 나눠가졌지만 둘은 올 시즌 부활에 대한 희망을 던졌다. 대구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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