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스타’비“대사한줄늘때마다너무기뻐”

입력 2008-04-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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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2∼3장면나오는줄알고만류했었죠…나도많은분량에‘깜짝’
영화 ‘스피드 레이서’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레이서들이 꿈의 경주를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만큼 전세계 주요 영화시장에서 골고루 조연배우를 캐스팅했다. 중국 위난, 일본 사나다 히로유키, 독일 벤노 퓨어만과 함께 한국의 비(정지훈)도 의문의 레이서 역할로 한 자리를 차지했다. 사실 ‘매트릭스’ 워쇼스키 형제 감독의 새 영화로 기대가 높았지만 비에 대해서는 설왕설래가 많았다. 특히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미국 글로벌 영화의 맞춤 캐스팅일 뿐’이라는 평가절하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공개된 ‘스피드 레이서’ 속 비의 모습은 한 마디로 기대 이상. 다른 아시아 배우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비중에다 중요한 역할이었다. 영어 대사 처리도 매끈했고 액션은 무대 위 춤사위 만큼 현란했다. 19일 입국해 21일 서울에서 인터뷰를 가진 비는 소풍 전날 어린 아이처럼 환한 표정이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영화를 관람했다. 소감은. “제 장면이 너무 많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처음 시나리오에는 대사도 별로 없었다. 자동차핸들, 의상을 빼면 대부분 배경이 CG를 전제로 촬영한 것이어서 완성된 필름이 궁금했다. 솔직히 재미있었고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라서 더 좋았다.” -처음보다 분량과 대사 비중이 높아진 건가. “당초 아버지가 2∼3장면 나오고 끝날 것 같은데 왜 출연하냐고 만류할 정도였다. 하지만 감독이 좋게 봐준 것 같다. 촬영이 없는 날인데 갑자기 감독에게 연락이 와서 달려가면 제 분량이 추가되어 있기도 했다. 대사가 한 줄 늘어날 때마다 많이 기뻤다” -워쇼스키 형제가 좋아한 이유는? “레이싱 장면은 격하게 움직이는 기계 위에서 찍었다. 30분 넘어가면 허리가 아플 정도다. 대부분 촬영과 휴식을 반복했지만 저는 10시간 동안 연속해서 찍기도 했다. 휴식을 권유받으면 괜찮다고 크게 외쳤다. 솔직히 동료 배우들이 많이 도와줬다. 스태프들이 비는 아시아에서 스타라고 들었는데 정말 신인 같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잘 봐준 것 같다.” -워쇼스키 형제가 추천해 ‘닌자 어쌔신’의 단독 주연을 맡았다. “‘스피드 레이서’ 전 할리우드 영화 2∼3편의 출연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야구로 치면 마이너리그 스타보다 메이저리그 유망주가 좋을 것 같아 작은 역할을 기쁘게 열심히 연기했다. 그리고 감독들과 첫 인연으로 두 번째 미국영화에서 주인공까지 맡게 됐다.” -미국 유명스타들과 함께 호흡했다. “솔직히 그들 앞에서 주눅이 들지 않을까 걱정했다. 잘생기고 몸 좋은 주인공 매튜 폭스 옆에 서면 너무 차이가 나지 않을까? 어렸을 때부터 팬이었던 수잔 서랜든에게 주눅 들지 않을까? 거기에 멋있고 연기 잘하는 에밀 허시, ‘매트릭스’의 감독까지 솔직히 걱정도 됐다. 처음 스튜디오에 도착했는데 모두 모여 있는 배우들, 감독, 엄청난 기계들을 보고 우와!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미국 에이전트가 ‘스스로 아시아 톱스타로 소개해라. 겸손하면 안 된다’고 말했지만 차마 내 입으로 그런 말을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당당하고 편안하게 인사했다. 다행이 그들이 내가 누구인지 이미 전부 알고 있었다. 공연 장면, 영화를 본 사람도 많아 빨리 친해졌다. 수잔 서랜든은 앨범 CD에 사인을 해달라고 하더니 나중에는 편지도 써줬다. 워쇼스키와 함께 했으니 꼭 성공할 거다. 할리우드 데뷔를 축하한다는 내용 이었다.” -배역 이름은 태조 토고칸이고 한글도 등장한다. 하지만 위난이 맡은 영화 속 동생 이름은 일본식인 호루코다. “가상의 도시, 인종이나 국경이 의미가 없는 세계가 배경이다.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설정을 통해 인종차별이 없다는 메시지를 표현한 것 같다. 하지만 설정과 상관없이 영화를 통해 한국을 많이 알리고 싶었다. 자동차에 영문으로 새겨진 이름도 한글 ‘태조 토고칸’으로 바꾸자고 권유했다. 감독들도 아름다운 한글을 보고 즉석에서 교체를 지시했다.” -할리우드 첫 주연작 ‘닌자 어새신’ 촬영은 어떻게 되고 있나. “테스트 촬영을 한 차례 했다. 4월 말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영화를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닭 가슴살과 생선만 먹고 있다. 체지방이 12에서 5까지 줄었다. 팔에 핏줄이 생겨서 너무 좋다.” -해외에서 계속 영화를 찍고 있다. 한국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 생각은. “빨리 우리말로 대사를 하고 싶다. 미국 감독이나 배우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면 상대방이 굉장히 천천히, 친절하게 다시 말해준다. 하지만 자존심이 상한다. 2가지 이유 때문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첫 번째는 어머니와 약속, 두 번째는 오기를 북돋아주는 안티 팬들 때문이다. -안티 팬들이 오기를 북돋아주나. “춤이 별로다, 노래를 못한다, 연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으면 고치려고 많이 애쓰고 노력한다.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철저히 분석하려 한다. 하지만 타고난 외모처럼 고칠 수 없는 것을 갖고 욕하면 오기가 생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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