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스포츠클럽]라이벌‘신경전’으로변질

입력 2008-04-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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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rival)의 어원은 리버(river)다. 경쟁자이자 적수인 라이벌은 스포츠에서 자주 인용된다. 강(river)을 두고 치열하게 싸움을 하다가 가뭄이 들어 강이 바짝 타 들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힘을 모아 비상사태를 모면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원을 알고 보면 경쟁 속에 지혜가 숨 쉬고 있고 함께 발전하는 라이벌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한신 타이거스는 미.일 프로야구계의 상징적 라이벌 관계다. 국내의 고려대와 연세대 역시 오랜 전통과 역사속의 대표적 라이벌로 꼽힌다. 국가 간 라이벌전도 지역과 유래에 따라 다르다. 우리 국가대표 축구팀이 세계 정상급 이탈리아를 이기는 기쁨보다 일본을 통쾌하게 이기면 더 기뻐하는 국민들이 많은 것도 라이벌 의식이 오랫동안 짙게 깔려 있어서 일 것이다. 국내 프로야구는 초기 롯데와 해태의 제과업계 라이벌전 때 최동원과 선동열이라는 최고의 투수까지 함께하여 팬들의 이목을 집중 시켰다. 그러나 아쉽게도 요즘은 그런 라이벌이 없다. LG와 두산의 서울 라이벌전이 있으나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엔 뭔가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팀 간의 라이벌의식보다 감독들의 신경전이 더 주목을 끄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지난해 우승팀 SK 김성근 감독은 오랜 지도자 생활 동안 처음으로 우승을 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그는 재일동포 출신 감독이다. 그리고 현재 일본인 코치들이 가장 많이 그와 함께 호흡을 하고 있다. 최근 SK는 두산 김경문 감독, LG 김재박 감독과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그 신경전 속엔 겉으로 드러나지 않거나 당사자들이 말할 수 없는 사연들이 내포돼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신경전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보다는 당사자, 선수들, 구단의 언행이 적절했는지가 문제인 것 같다. 말은 내뱉으면 거둬들이지 못한다. 최소한의 품격 있는 코멘트가 아니라 난폭하게 부수거나 야구 판을 쪼개 놓는 라이브(rive)한 말들을 공인들이 쉽게 해서는 곤란하다. 리버(강), 라이벌(선의의 경쟁), 라이브(쪼개다)는 철자가 riv까지는 같지만 나머지 철자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 지금의 국내 야구계가 본질적으로 위기란 것을 야구인들은 모두 알고 있다. 위기극복 여부는 나머지 철자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것과 같지 않을까. 바짝 마른 강이 타들어 가는 것을 보면서도 자신만 살겠다고 싸울 것인지, 함께 힘을 모아 물을 끌어 와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어느 분야든 그 분야의 품위는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야구해설가 초등학교 5학년부터 야구를 시작했다. 오랜 선수 생활을 거치면서 프로야구 감독, 코치, 해설로 야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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