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의서글픈‘한이닝만루홈런두방’

입력 2008-05-22 16: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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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박찬호 동료 선수들의 공통점 사람들은 그리스도교를 믿지 않더라도, 예수의 탄생을 기원으로 잡고 BC와 AD로 역사를 기술한다. 그리고, 한국의 MLB역사는 그를 기준으로 비포찬호와 애프터찬호(이하 AC)로 나뉜다. 당신이 AFKN을 통해 커크 깁슨의 홈런을 생방송으로 봤을 지라도 이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AC기에는 수많은 스타들이 명멸해갔지만, 마이크 피아자-게리 셰필드-케빈 브라운-베리 본즈만큼 한국팬들에게 널리 회자된 선수는 없을 것이다. 그의 포수로, 그의 도우미로, 그의 1선발로, 그리고 그의 천적으로 말이다. 한때 시대를 호령한 이 걸출한 선수들은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거나, 선수 생활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다. 이 선수들은 박찬호란 교점 이외에도 다른 공통점이 있다. 공교롭게도 약물을 했거나, 아주 강한 의혹을 받는 선수들이란 것이다. 은퇴를 선언한 피아자의 약물복용설도 미국야구기자협회 회원들에게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단지, 언론에 부각됐거나 그렇지 않았거나의 차이일뿐. ※커미셔너 버드 셀릭의 빛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버드 셀릭은 정치적이고 유능한 리더이다. 그는 파업과 단축 시즌으로 팬들이 외면한 리그를 다시 살려냈다. 그가 집권한 16년 동안 리그 총 수익은 4배 이상 증가했고, 23개의 구장이 새로 완공되거나,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리그는 매년 총관중 동원 신기록을 경신하며 확장 일로에 있다. 셀릭은 이 공로를 인정받아 06년 스포츠 경영자상을 수상했다. 셀릭이 유능한 점은 변화와 혁신에 있다. 인터리그제를 도입해 관중몰이를 하거나, 쇼케이스 같던 올스타전에 월드시리즈 홈 어드벤티지를 유인으로 걸고, 시즌 말미까지 흥미를 유지하기 위해 와일드카드를 도입한 것이다. 특히, 특정팀의 독주를 막고 팀간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해 사치세를 도입하고, 소득분배제도를 만들어 버린 것은 파격이다. 자본주의의 상징이라는 미 프로스포츠 산업에서 사회주의적 정책으로 공동체의 이익을 극대화한 것은 아이러니다. 셀릭은 이 모든 정책을 일부 구단의 강력한 반발을 딛고 관철해내고 정착시켰다. 그의 정치적 감각과 노련한 조정자로서의 풍모를 보여준다. 더욱, 셀릭은 야구의 세계화를 기치로 걸고 WBC를 개최하는 등, 미래의 밥그릇을 생각하는 긴 안목까지 과시한다. 그가 대담한 흥행사이자, 메이저리그의 아키텍쳐란 평가는 절대 과한 것이 아니다. ※버드 셀릭의 그림자 셀릭의 약물 파동에 대한 대처는 평가가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흥행에의 고려와 정의(?)사이에서 셀릭이 적절한 교점을 찾았다 평가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그는 약물에 대한 소극적 방조를 넘어, 적극적으로 흥행의 지렛대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첼 리포트등 외부 요인의 압박과 팬들의 염증이 임계점에 이르러서야 약물에 대한 적극적 개입을 시작했다. 바로 그 지점이 은폐의 손익분기점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이후, 셀릭은 정의의 사도로 돌변한다. 셀릭은 필요 이상으로 본즈를 괄시하고, 라이언 하워드를 추켜 세우며 순결주의자 행세를 한다. 이것은 꽤 노련한 술수였는데, 모든 비난의 화살이 선수 개개인의 문제로 집중되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 셀릭이 그 이전 약물 관행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긴 하다. 확률로 따지면, 캐쉬먼이 올해 제이슨 지암비의 2200만불 클럽 옵션을 실행할 가능성 정도는 될 것이다. 약물 사태에 직면한 셀릭의 모든 철학은 ‘흥행에의 고려’ 단 하나였다. 이런 셀릭이 야구의 전통 운운하며, 단장들이 동의한 비디오판독을 거부하는 것을 보면 실소를 머금게 된다. 후대 야구 사가들이 셀릭의 시대를 메이저리그의 르네상스로 기록할지, 약물의 시대로 평가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약물의 최대 수혜자는 사무국과 셀릭이었다. ※프로토타입, 보석 같은 존재들 섹스에 대한 애정과 철학이 없는 자가 돈만을 위해 카메라를 들면 야동이 나온다. 흥행만이 지상 목적이었던 셀릭이 만든 메이저리그는 그래서 야동과 비슷한 면이 있다. 타협하지 말아야할 본질적인 부분을 돈과 바꿨기 때문이다. 물론, 대박 친 야동이고, 01년 월드시리즈나 04년의 ALCS를 떠올린다면 플롯까지 완벽한 작품성 있는 야동이다. 생각해보니, 야동이 나을 지도 모르겠다. 야동이 지나간 자리에는 몽롱한 정신만 남을 뿐이지만, 약에 취한 야구판에는 진한 배신감과 불신이 남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팬들은 실력이 부쩍 늘은 선수를 보며, 예전처럼 선수의 땀만을 떠올리지 않는다. 박찬호의 AC기는 약물의 시대와 완벽히 겹친다. 그 시간 속에 약 대신 런닝을 택한 박찬호의 서글픈 한만두가 있었고, 어깨가 부셔져라 던진 가냘픈 페드로가 있었다. 너도나도 컨닝을 할 때 우직하게 B학점을 받은 찬호와 그와중에도 A++를 받은 페드로다. ☞ mlbpark 객원 칼럼니스트 [ 다나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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