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스포츠클럽]‘역전의용사’가필요하다

입력 2008-06-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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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중계 때 흔히 사용되고 있는 역전의 용사란 많은 전쟁을 치른 경험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사전적 의미의 역전(歷戰)은 여러 차례 싸움터에 나가 전쟁을 겪음이라고 나와 있다. 치열한 경쟁의 현대 사회 구조로 볼 때 역전의 용사가 필수적일 때도 있고 역전의 용사가 구태에 젖어있거나 잘못된 관행에 익숙해 있어 변화에 거부감을 나타내면서 개혁이나 개선의 방해물이 될 수도 있다. 분야에 따라, 사람에 따라, 조직의 특성에 따라 역전의 용사가 필요할 수도 있고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미국산 쇠고기 파문으로 인한 촛불시위를 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안타깝고, 착잡하거나 분노하는 사람들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장관고시로 쇠고기 파문이 더 확산될지 아니면 조만간 진정될지 모르겠지만 국민들과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뜬금없이 스포츠와 정치얘기를 연관지은 것은 흔히 말하는 야구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볼 때 감독격인 대통령, 코치격인 장관들, 선수격인 엘리트 공무원들이 오버랩 되었기 때문이다. 현 정국이 민심과 멀어진 것이 경험 부족, 오만한 자세, 전문성 부족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는 점엔 공감한다. 왜 그럴까? 혹시 진정한 역전의 용사가 새로운 팀 내에 부족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도 해본다. 용사란 뜻 그대로 용기가 있는 사람인데 이번 파동을 보면서 해당부서 관계자들 중 용사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프로야구엔 감독, 수석코치, 분야별 코치가 있으며 2군에도 숫자는 적지만 양성 시스템을 위해 감독 지휘 하에 운영되고 있다. 작은 규모의 프로야구도 감독 혼자 모든 걸 결정할 수 없는데 비교할 수 없이 큰 정부 조직에서 핵심참모들이나 고위 공무원들의 역할은 더더욱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야구에서 성적에 대한 최종책임은 감독이 진다. 그 책임을 지는 감독이 지닌 가장 큰 권한은 인사권이다. 선발명단작성, 투수 교체, 대타 투입, 대주자 기용, 2군 강등과 1군 진입 등 많은 권한을 가짐과 동시에 책임도 진다. 과거 라디오 대담 프로 때 진행자의 프로야구감독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야구 감독은 성적이 부진할 경우 구단주가 시즌 중에도 교체시킬 수 있지만, 대통령은 임기 중 교체 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고 말해 작은 소동이 일어날 뻔한 적이 있다. 이명박 정부는 야구로 치면 이제 1회초 선발투수의 컨디션 난조로 무사 만루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 위기를 최소실점으로 막으면 남은 이닝에서 역전을 노릴 수도 있다. 그러나 대량실점하면 역전을 시키기는 그만큼 오래 걸리고 어려워진다. 지금 국민들은 선발투수의 1회초 난조를 고유가의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 감독이 어떻게 조율하는가 지켜보고 있다. 허구연 -야구해설가. 초등학교 5학년부터 야구를 시작했다. 오랜 선수 생활을 거치면서 프로야구 감독, 코치, 해설 생활로 야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즐긴다. 전 국민의 스포츠 생활화를 늘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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