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의fan心]男다른사람이야기…젊은여심잡네

입력 2008-06-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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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던가, 연극 ‘이(爾)’ 대본을 읽으며 집에 가다가 버스에서 눈물을 줄줄 흘렸던 날이 있었다. 영화와 뮤지컬 ‘왕의 남자’로 만들어져 유명작품이 된 그 작품 속에서 날 울린 것은 다름 아닌 ‘공길’이었다. 6월 ,‘공길’과 같은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두 편이 찾아온다. 이미 인기를 검증받은 두 작품,‘헤드윅(Hedwig)’과 ‘쓰릴미(Trill me)’가 바로 그것. 작품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하는 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패스∼ 나는 이미 이 작품들을 많이 봤다. 본 공연 또 보는 게 무슨 재미야, 너 돈 많구나? 등의 말을 쏟아냈지만 뭔 상관이랴∼ 나는 그 속의 이야기가 너무 좋은데! 두 작품이 왜 좋으냐고? 동성애라는 일반적인 사회적인 편견에 사로잡혀 저들을 만나려고 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 속엔 나와 또 다른 ‘사람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나는 두 작품을 볼 때면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 속에 담겨 있는(물론 두 작품의 이야기가 다르긴 하지만)‘사랑’,‘증오’, ‘불안’ 등이 내 속에 숨어있는 나를 콕콕 쑤셔댔기 때문이다. 어느 날엔가는‘그 혹은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치유를 받고 돌아가기도 했고, ‘그와 ‘나’의 이야기’를 보고 깊은 상념에 빠지기도 했다. 그렇게 두 작품은 보고 돌아오는 길 내내 나와 함께 하고 있었다. 어랏? 그럼 진지해서 재미없는 작품인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 같은데, 그건 또 아니라는 것! ‘헤드윅’엔 신나는 노래와 가슴 따뜻한 사랑의 이야기가 가득하고 실력파 밴드들의 화려한 솜씨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 단 두 명의 배우와 피아노로 이뤄지는 ‘쓰릴미’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촘촘히 짜여 있는 플롯 자체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볼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지 않았는가! 비극(연극)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플롯이라고! 여담이지만 ‘후회하지 않아’를 보고 극장을 나설 때 내 앞에서 걷던 두 남자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이런 영화를 보는(혹은 좋아하는) 여자들은 다 변태라는. 영화를 보고 그 속에 빠져 있던 내 기분이 순식간에 박살났다. 그 사람들 때문에 순식간에 변태가 되고 만 나. 용기가 조금만 더 있었다면 그 두 남자에게 이렇게 말했을 거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넓은 시각을 가져보라고!’ 사실 뮤지컬의 관객 대부분이 2,30대 여성들이고 두 작품의 마니아층도 비슷하니 앞의 남자들 시각으로는 우리는 모두 ‘변태’가 되는 거 아닌가. 그래도 나는 ‘헤드윅’과 ‘쓰릴미’가 사랑을 받고 있는 지금에서 희망을 본다. 그렇게 조금씩 문화의 지평이 넓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니까. 아! 그리고 이 두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는 커다란 즐거움(?)도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헤드윅’과 ‘쓰릴미’는 두 편 모두 눈을 훈훈하게 만들어주는 배우들이 나온다는 거! 정 영 진 뮤지컬, 연극이 좋아 방송국도 그만두고 하기 싫다던 공부에 올인하는 연극학도 공연이라면 먼 거리라도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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