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녹치않는실력·열정,앵그리인치밴드“밴드삶자체가‘록’이죠”

입력 2008-06-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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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수요일 오후 10시 반. 서울 영등포의 PTS 스튜디오 지하실에는 뮤지컬 헤드윅의 록밴드 ‘앵그리인치 밴드’연습이 한창이다. 연습실 문을 열자마자 오른편으로 흰색 비니를 눌러쓰고 찢어진 청바지를 정강이 위로 접어올린 이준 음악 감독이 담배를 입에 문 채 기타를 연주 중이다. 오른쪽으로는 연습실에 놀러온 스태프들이 과자나 음료 등의 간식을 먹으면서 연습을 지켜보고 있다. 넉살 좋은 웃음을 띤 채재민 드러머가 도착하고 인터뷰가 시작됐다. 다들 다른 개인 활동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 전 멤버가 한자리에 모이는 일이 쉽지 않다. 퍼스트 기타 이준, 세컨드 기타 재키(Zakky), 드러머 김민기, 채재민, 베이스 서재혁 등 이들은 헤드윅 밴드의 멤버이기 전에, ‘시나위’, ‘부활’, ‘티삼스’, ‘H2O’ 등 각기 이름만으로도 익히 친근한 록밴드 뮤지션들이다. 2004년 제작 감독으로 재키(Zakky)가 ‘앵그리인치 밴드’를 결성할 때, 그는‘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준을 떠올렸다. ‘너구리과’의 캐릭터인지라 헤드윅의 음악감독 ‘슈크슈프’와 제일 비슷했다는 개인평이다. 다른 밴드 멤버는 이준이 바로 불러 모았다. 그해 겨울 라인업은 즉석으로 구축됐다. 이준은 김민기, 서재혁이 ‘부활’로 활동할 때부터 틈틈이 함께 연주를 해왔고, 김민기와 이준은 오랜 친구이기도 했다. 재키는 연주를 거절했으나 “너의 끼를 왜 속이고 있느냐”라는 이준의 설득으로 합류했다. 김민기는 “같은 공연을 계속 보는 분들이 많다보니 관객과 밴드라기보다 서로 컨디션을 체크하는 사이가 됐다”고 말한다. 헤드윅 뮤지컬은 조승우, 김다현, 오만석, 송용진 등 주연배우 외에도 밴드 개개인의 팬이 많다. 헤드윅 마니아들은 30∼40번 공연을 보는 게 흔한 일이다. 이들은 밴드가 언제 실수했고, 누가 틀렸는지도 귀신같이 알아낸다. 그들의 ‘날카로운 지적’이 때로는 무섭게 느껴진단다. “누가 가장 인기가 좋냐”는 물음에는 밴드 멤버들이 동시에 김민기와 이준을 쳐다봤다. “민기와 준이 막상막하다. 이들은 열렬한 팬과 어린 팬이 많은 편이고, 서재혁은 생활 지원형 팬이 많다”고 재키가 말했다. 서재혁은 “팬들이 각진 내 턱 때문에 말라보이고 안쓰러워 보이는지 팩에 포장된 밥, 국, 반찬을 배달해준다”며 고마워했다. “누가 제일 튀는가”라는 질문에는 모든 멤버들이 거의 일시에 이준을 꼽았다. 멤버들은 할리 데이비슨 바이크를 타고, 범상치 않은 옷차림을 즐겨 하는 이준이 “인생 자체가 록이라고…” 추켜세운다. 그들은 배우 뒤에서 조명이 꺼진 자리에서 그들만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김민기는 “(공연) 흐름을 타고 혼자 연기를 하는데 아무도 못 알아챈다”며 웃는다. 기타는 매 공연 마다 즉흥 연주(임프로비제이션, improvization)를 BGM으로 들려주기 때문에 귀담아 들으면 좋다. 헤드윅은 그들에게 남다른 의미다. 출연 배우라고는 헤드윅과 그의 남편 이츠학 단 둘 뿐이기 때문에 배우들도 바로 밴드에 동화된다. 특히 “연예인 같지 않고 수더분하다”는 오만석은 헤드윅 내의‘리틀윙’ 밴드의 보컬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10명의 주인공과 함께 했는데, 다른 뮤지컬은 배우들끼리 뭉치는 경우가 있지만, 헤드윅은 다르다. “겉도는 것 없이 밴드에 안기는 편”이라고 한다. 팀워크가 좋아 “가식이 아니라 진실로 친해진다”는 게 밴드의 자랑이다. 생활형 재즈 세션으로 록적인 부분을 자칫 잃을 수도 있는데 이들은 헤드윅으로 그들이 하고 싶던 음악, 에너지를 계속 지킬 수 있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리고 현재의 열정, 초심을 지켜갈 수 있기에 ‘헤드윅’에 대한 사랑은 각별하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말수가 적던 드러머 김민기는 “다 운명이고 팔자다. 이거(음악) 말고는 하고 싶은 거나 할 게 없다”며 앵그리인치 밴드의 색깔을 분명히 전했다. 이준도 “배고프면 밥 그냥 먹잖아요. 그런 거예요. 이거 아니면 뭘 할까 생각도 많이 해봤지만 없어요”라며 음악적 애정을 드러냈다. 변인숙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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