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열기에휩싸인유럽]축구로뒤덮은베른은‘축제모드’

입력 2008-06-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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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델피와 에단 호크의 열차 안 조우? 영화 ‘비포 더 선라이즈’에서만 가능한 상상 속 장면은 아니다. 배낭족들이 몰려올 쯤의 유럽여행은 로망과 에피소드로 가득 찬다. 게다가 올해 유럽은 ‘유로 2008’ 때문에 6월부터 후끈후끈하다. 현지 여행 잡지만 펼치면 온통 개최국인 ‘스위스, 오스트리아에서 노는 법’이 상세히 소개돼 있다. 셀린느(줄리 델피)와 제시(에단 호크)가 열차에서 내려 하룻밤 보낸 곳이 오스트리아 비엔나임을 기억해 두자. ○ 스위스 “방 많아요, 숙박 걱정 말고 놀러오세요” “루머 때문에 큰일이다. 방이 남아 도는 데 없다고 소문이 났다.”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만난 숙박업 관계자는 루머 걱정부터 한다. 인터라켄에서는 축구경기가 열리지 않지만 열차로 50분 거리인 베른은 어엿한 개최 도시. 열차에 유로 2008 포스터를 붙이고 관광지인 융프라우요흐역 정상에서 깜짝 축구 이벤트도 진행하는 성의를 보였지만 엉뚱하게 ‘스위스에는 빈 방이 없다’는 소문이 퍼졌다. 개최지 이웃 도시들은 응원을 위한 야외 스크린을 설치하는 등 반사 이익을 기대하며 골머리를 싸매는 중이다. 상황이야 어찌됐든 개최지인 베른은 축제 분위기이다. 인구 15만명의 전원도시지만 스타트 드 스위스 경기장에서는 14일 프랑스∼네덜란드전 등 굵직굵직한 경기가 열린다. 베른 역 입구자체가 축구선수들이 등장하는 대형 포스터로 뒤덮였고 메인 스트리트인 슈피탈 거리는 온통 유로 2008 포스터로 도배를 했다. 이 지역의 상징인 곰으로 축구선수 인형을 만들어 홍보에 이용한 레스토랑도 등장했다. 축구 열기 때문인지 거리의 레스토랑만큼은 대호황. 젊은 청춘들이 길거리에 앉아 점심을 때우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사실 대회가 열리기 전부터 관광효과를 기대하는 홍보전은 치열했다. 유럽 항공사들 기내지에는 스위스, 오스트리아의 맛집 정보까지 상세하게 다뤘다. 유럽 저가항공의 대명사인 이지젯은 탑승객에게 공항과 도시를 잇는 버스노선과 대형 스크린 위치까지 소개하고 있다. 유럽철도회사는 6월에 여행하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열차티켓을 50할인해주는 이벤트를 펼치기도 했다. ○ 명품 경찰·자전거 탄 경찰·터프한 언니 경찰 축구로 뜨거운 유럽이지만 독특한 웃음을 던져주는 주인공은 따로 있다. 바로 경찰 아저씨들이다. 가장 럭셔리한 경찰을 꼽으라면 단연 이탈리아 밀라노의 경찰이 1순위 후보다. 패션 1번지인 밀라노의 몬떼 나뽈레오네 명품거리는 패션모델 같은 사람들이 거리를 누빈다. 경찰들의 매무새도 모델 뺨치는 수준이다. 한눈에 봐도 고급스런 재단에 손이 벨 듯 주름을 세운 제복을 입고 한껏 폼을 내고 다닌다. 게다가 경찰차 중 일부는 페라리이다. 뭐 딱히 부러울 게 없는 경찰들이다. 그에 반해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경찰 아저씨들은 귀엽고 앙증맞다. 헬멧 쓰고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거리를 누빈다. 경찰인지 아닌지 잘 구분이 안 갈 정도다. 유럽에서 만난 가장 멋진 경찰을 꼽으라면? 당연히 스위스, 이탈리아의 국경인 도모도솔라에서 만난 경찰 언니들이다. 붉은 색 반팔 라운드티에 권총 하나만 달랑 차고 있다. 거품 뺀 복장에 깜찍한 외모, 굵은 팔뚝을 지닌 그녀들은 검문도 ‘쿨’하게 한다. ○ 게이 입맞춤에 정신 뺏겼다간 소매치기 당할지도 그리스에서 만난 게이 얘기를 좀 해보자. 그리스도 게이들의 아지트로 유명한 곳이 있는데 바로 아테네에서 배로 6시간 걸리는 미코노스 섬이다. 미코노스 섬은 게이 이전에 누드 비치로도 소문 난 곳이다. 파라다이스 비치에서 배를 타고 이동하면 슈퍼 파라다이스 비치가 있는데 이곳이 게이들이 누드로 해변에서 입을 맞추는 황홀한 광경이 연출되는 숨은 장소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 위나, 아테네 빠레아스 항구로 가는 지하철 안의 다정한 남남커플을 게이로 착각하는 일이 벌어진다. 문제는 이런 이방인들의 선입견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놈’들이 있다는 것이다. 빠레아스행 지하철에 만난 30대 남남커플은 가슴에 얼굴을 파묻으며 영락없는 게이의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 그들의 손은 옆에 밀착된 사람의 허리춤 호주머니를 더듬고 있었으니 게이를 가장한 소매치기였던 것. 게이와 게이를 가장한 소매치기를 구분하는 방법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단 여행 중에 만난 진짜 게이들은 잘빠진 몸매와 뛰어난 패션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또 머리 안 감은 게이는 없었다. ○ 이탈리아 조선족, 도시락 서비스로 민박 싹쓸이 최근 유럽여행숙소의 대세는 한인 민박집이다. 하루 숙박료가 25유로(약 4만원) 수준인데 지역에 따라 아침식사를 주거나 아침, 저녁을 모두 제공하기도 한다. 이탈리아만 빼고! 이 지역은 조선족 아저씨, 아줌마들이 민박집 상권을 장악했다. 로마, 밀라노, 베네치아 등 주요 관광지의 70이상이 조선족 민박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들은 한국 포털 사이트에 키워드 광고를 하기까지 하는데 언뜻 민박집 홈페이지만 봐서는 한인민박과 구분이 잘 안 된다. 이들 조선족 민박집은 점심 도시락을 싸주는 등의 서비스로 배낭족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단 인기에 편승, 6인 기준의 도미토리 객실이 상황에 따라 10인실로 변신하는 흠이 있기는 하다. 조선족 민박집끼리는 객실안에 타 도시 조선족 민박집의 명함과 지도를 비치해놓고 서로 알선해 주는 등 서로 공생을 도모한다. 순혈 한인 민박집에서는 웬만해서는 보기 힘든 광경들이다. 글·사진=서영진 여행칼럼니스트 aular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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