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균의21C必聽음악실]화학박사‘투명한선율’마음설레는어쿠스틱멋

입력 2008-06-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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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 음악은 록, 트로트와 더불어 한국 가요의 3대 주요 장르였다. 포크 가요는 한국인의 음악적 정서와 가장 잘 맞는다고 평가받는 서정성이 농축된 음악이라 큰 사랑을 받아 왔다. 하지만 1996년 포크의 수호자 김광석이 갑작스럽게 세상과 등진 후 그 영향력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2000년대 들어 주류 음악계에서는 자전거탄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 정도 외에는 포크 음악을 만나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언더그라운드 영역에서는 유구한 포크 음악의 전통이 빼어난 신세대 가수들을 통해 그 명맥이 이어지고 발전돼 왔다. 복잡한 악기 구성을 꺼리는 포크 음악의 특성상 언더그라운드의 포크 가수들은 선율, 즉 음악적으로 가장 기본이 되는 멜로디와 시적인 가사로 승부를 걸어왔고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 선두주자 중 한 명이 조윤석의 원맨 밴드 루시드폴이다. 2005년 선보인 루시드폴의 2집 ‘오, 사랑’은 조윤석의 존재를 확실히 알린 음반이었다. 90년대 후반 인디 록 영역에서 서정주의 계열로 주목 받던 그룹 미선이의 리더였던 조윤석은 멤버들의 군문제 등으로 솔로로 독립한 후 2002년 영화 ‘버스, 정류장’ OST에 삽입된 ‘그대 손으로’로 주목 받고 같은 해 1집 ‘새’를 발표한다. 서울대 출신으로 현재 화학 박사로 스위스에서 활동 중인 특이한 이력의 싱어송라이터는 한국 포크 가요 중 한 분파라 할 수 있는 고품격 어쿠스틱 음악의 수줍음과 절제, 맑은 감수성, 쓸쓸하고 메마른 풍경 등의 전통을 잘 집대성한 ‘오, 사랑’으로 작지만 의미 있는 주목을 받게 된다. 루시드폴은 80년대 전설적인 포크 듀오 어떤 날, 그리고 유희열의 토이와 90년대말의 윤종신을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반갑고 편하게 다가올 음악을 ‘오, 사랑’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멜로디로 승부할 수 밖에 없는 포크 음악답게 선율의 흡입력은 상당하다. 포크 장르를 선호하지 않는 이들이 들어도 멜로디의 힘 덕에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타이틀곡으로 선곡됐던 ‘보이나요’는 서글프면서도 발랄하고 담백하지만 따뜻하다. 이런 정서는 ‘물이 되는 꿈’, ‘삼청동’, ‘그건 사랑이었지’ 등 음반 수록곡 전반에 걸쳐 담담히 흐르고 있다. 음반을 플레이어에 걸어 놓으면 사춘기부터 20대까지의 상념과 추억이 스쳐 지나가고 마지막 곡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음악들이다. 루시드폴은 최근 3집을 발표하면서 좀 더 대중들에게 인지도를 높였고 유희열, 김연우 등 좀더 주류에 가깝게 활동하는 가수들과도 교류를 늘려가고 있다. 화학 연구와 음악 활동을 병행하느라 음악에 전념하지 못하는 상황이 아쉬운, 한국 포크 음악의, 고품격 가요의 미래를 기대하고 싶은 그런 음악인이다. 최 영 균 스포츠지 대중문화 전문 기자로 6년간 음악·영화에서 열정을 불태운 몽상가. 지금은 ‘킬러 콘텐츠’를 만든다며 매일 밤 담배와 커피를 벗삼아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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