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으로들어온‘친구같은아빠’

입력 2008-07-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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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적들의 아버지는 프렌디?’ 21세기가 요구하는 아버지상은 무엇일까. 흔히 가부장이라 표현되는 권위적 아버지의 모습은 환영받지 못하는 게 요즘 현실. ‘우리 아버지가 달라졌어요’란 TV 프로그램이 생긴다면 아마도 이런 아버지가 되라고 권장할 것 같다. 친구 같은 아버지, 바로 ‘프렌디’다. 프렌디(Friendy)는 친구(Friend)와 아빠(Daddy)가 합쳐져 생겨난 신조어. 좋은 아빠, 바람직한 아버지상을 상징하는 이 단어는 최근 신 가족을 타깃으로 한 각종 브랜드들, 심지어 보건복지가족부까지 뛰어들어 ‘프렌디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친구 같은 아빠라는 거대한 조류는 이제 안방극장에도 밀려들었다. 이 시대가 환영하는 아버지는 공교롭게도 까마득한 옛날이 배경인 사극에서 등장했다. SBS 드라마 ‘일지매’의 이문식과 KBS 2TV ‘최강칠우’의 임하룡이 그 주인공이다. ○ ‘아버지인지 형인지 헷갈리네…’ 같은 의적이되 드라마의 일지매와 칠우는 가정환경에 있어서는 홍길동보단 훨씬 나은 듯싶다. 적어도 ‘호부호형’은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일지매와 칠우의 아버지는 한 술 더 떠 막역함이 친구와 같아 ‘형이라고 불러도 될’ 수준이다. 프렌디를 우리 정서에 맞춰 각색한 그야말로 ‘신(新) 호부호형’이 아닐 수 없다. 좀도둑에 가까운 절도 전력의 열쇠 수리공과 뇌물을 약간 사랑하는 검찰 수사관 격인 의금부 나장. ‘쫓고 쫓기는’ 신분상의 차이만 있을 뿐 사실 이문식과 임하룡이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아버지의 모습은 아들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친구를 뛰어넘는 친근함에서 ‘프렌디’와 그 맥락이 닿아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두 사람 모두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의 자식을 친자식 이상으로 키워낸 ‘의부’라는 것에 있다. ○ ‘사극도 현실을 담아야 통한다.’ 일지매와 칠우가 과거에 실존했던 인물이고 그들의 아버지 또한 드라마와 똑같은 모습이었다면, 십중팔구 ‘팔불출’ 대접을 받았을 게 틀림없다. 현대극도 아닌 사극에서 나란히 등장한 친구 같은 아버지, 프렌디. 이에 대해 드라마 ‘일지매’의 기획 프로듀서인 임훈 씨는 “배경만 사극일 뿐 이야기와 인물 모두 현재에 닿아있는 ‘퓨전 사극’의 실례”라고 설명했다. 임 PD는 ‘일지매’와 ‘최강칠우’가 공통적으로 사극의 몸통과 현대극의 정서를 혼합한 퓨전 사극이라며 “두 사극에 나타난 아버지상이 요즘 시대가 바라는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특히 ‘일지매’ 이문식의 경우 임 PD는 “일지매의 아버지 캐릭터를 설정할 때 기존 사극에서 보여준 아버지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자는 의도가 있었다”며 “회를 거듭할수록 친구 같은 아버지의 모습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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