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갑용“미안하다,친구야”…손민한상대8타수6안타

입력 2008-07-01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친구야, 미안하다.” 삼성 주전포수 진갑용(34)과 롯데 에이스 손민한(33)은 친구사이다. 부산고와 고려대 시절 배터리를 이루며 수많은 승리와 우승을 합작했다. 97년 롯데는 1차지명을 앞두고 고민 끝에 손민한을 선택했고, 진갑용은 2차지명 전체 1순위로 OB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에서 한번도 한솥밥을 먹지 못하고 승부를 펼쳐야하는 ‘운명의 장난’에 놓여있다. 올해 들어 진갑용이 손민한을 압도하고 있다. 4월 25일 사직에서 첫 맞대결을 펼쳤을 때 진갑용은 4타석 3타수 3안타 1볼넷 3타점으로 맹활약했다. 당시 손민한이 9회초 2사까지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2-0 완봉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주자가 2,3루였지만 완봉승까지 아웃카운트 1개가 남은 상황. 여기서 진갑용은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때리며 동점을 만들었다. 곧바로 손민한은 강판당했다. 그날 롯데는 연장 10회초 1점을 내주고도 10회말 상대마무리 오승환을 상대로 2점을 뽑아 짜릿한 4-3 재역전승을 거두는 명승부를 펼쳤다. 진갑용은 그날 경기 후 친구에게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냈다. “미안하다”고. 그런데 답장은오지 않았다. 진갑용은 당시를 떠올리며 “친구가 삐졌나봐요”라고 말했지만 답장을 보내지 않은 손민한도, 답장을 받지 않은 진갑용도 서로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5월 13일 마산에서 진갑용은 3타수 1안타를 때려냈다. 이때는 손민한이 8이닝 4안타 1실점으로 4-1 승리를 거두며 시즌 5연승 무패가도를 달렸다. 그리고 7월 1일 시즌 세 번째 맞대결. 이날 경기 전 손민한이 삼성 라커룸에 왔다. 진갑용은 지난달 19일 한화전에서 몸살여파로 5.1이닝 6실점으로 부진한 뒤 등판이 없었던 손민한에게 “몸은 괜찮냐”고 물었고, 손민한은 “괜찮다”고 대답했다. 6번 포수로 선발출장한 진갑용은 2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중전안타를 때린 뒤 다음타자 채태인의 2점홈런 때 선취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손민한이 3회말 2사1루서 5번 최형우에게 2점홈런을 또 맞았다. 혹시 다음타자가 진갑용이라는 사실이 부담이 됐던 것은 아닐까. 삼성전에서만 4연승을 달리던 손민한은 4회말에 동료수비수의 실책까지 겹치며 3점을 더내주고 말았다. 그리고 5회말 선두타자는 진갑용. 손민한은 더 이상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시즌 7연승 후 2연패. 전날까지 방어율 2.47로 2위를 달렸으나 이날 난조로 방어율은 2.72까지 치솟았다. 진갑용은 올 시즌 손민한을 상대로 8타수6안타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이에 대해 “사실 예전에는 (손)민한이한테 많이 약했다. 민한이를 상대할 때 투스트라이크를 먹고 나면 컨트롤이 좋아 안타를 치기 어렵다. 최고투수 아닌가. 그래서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나가고 있다. 물론 과거 오랫동안 배터리를 이뤄 투구패턴은 어느 정도 알지만 그때와 지금은 공이 다르다. 오늘 공이 좀 안좋더라”면서 “사실 나한테는 몸쪽 위협구를 잘 안던지니까. 민한이 때문에 타율 많이 올라가네”라며 웃었다. 손민한은 “승부 세계에서 봐주는 건 없다. 진갑용이 훌륭한 타자이기 때문에 나뿐만 아니라 다른 투수한테도 잘 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들은 통산 67타수 20안타(0.299) 3홈런 4삼진의 맞대결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8타수 1안타로 손민한의 승리였지만 올해는 진갑용이 기세를 올리고 있다. 얄궂은 승부의 세계다. 대구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