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2008베이징올림픽과 2010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총사퇴했다.
이영무 기술위원장(사진)은 4일 기술위원회를 가진 뒤 “월드컵 3차 예선에서 대표팀의 부진한 경기력에 책임을 통감해 기술위원장직을 사임하기로 결정했다. 기술위원들이 총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이 위원장의 사임 결정에 허정무 대표팀 감독과 박성화 올림픽팀 감독 뿐 아니라 협회 임직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위원장의 사임 배경을 집중 분석해본다.
○경기력에 대한 책임감과 비난 ‘압박’
협회 김호곤 전무의 말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월드컵 3차 예선 종료 직후 사임 의사를 표시했다. 김 전무는 “3차 예선 이후 이 위원장이 ‘대표팀 경기력 저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몇 차례 말했다. 계속 만류했지만 이 위원장이 자신의 결심을 굳히고 발표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의 심정이 선명하게 드러난 시점은 취재진이 “대표팀의 장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을 했을 때였다. 이 위원장은 이에 대해 입을 꽉 다물었다. 이는 곧 대표팀의 장점은 없고, 부진했을 뿐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만 본다면 부진한 대표팀 경기력에 대한 책임감과 팬들의 비난여론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스스로 물러난 것으로 파악된다.
○‘이운재 사면’ 논란이 발단
하지만 속사정은 다른 데 있다. 허정무 감독과의 소통 부재와 불화 때문이라는 얘기들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특히 ‘이운재 사면’ 논의 과정에서 이 위원장과 허 감독의 말이 엇갈렸고, 이에 따라 서로간의 신뢰가 무너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두 사람 사이가 갈라진 결정적인 계기였던 셈이다. 허 감독은 5월 31일 요르단전 직후 “이운재 사면을 기술위에 건의했다”고 밝혔고, 이 위원장도 이를 인정했다. 그러나 반대 여론이 거세지고,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허 감독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이 위원장만 없는 사실을 인정한, 우스운 꼴이 되고 말았다.
앙금으로 남은 사건은 또 있다. 3차 예선 직후 대표팀 경기력을 두고 기술위원회가 “최정예 멤버로 최종예선을 치러야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이 발단이다. 이와 관련, 대표팀 코칭스태프에는 “3차 예선을 최정예 멤버로 치러야 했다”고 잘못 전해졌고, 이에 허 감독이 발끈한 것이다. 이와 관련, 이 위원장은 “허 감독과 나는 화랑팀 시절부터 가깝게 지내온 사이이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이야기한다”며 “오해가 생긴 부분도 이야기를 통해 잘 풀었다”고 불화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이 대표팀 감독과 마찰을 빚고, 감정의 앙금이 남은 상태에서 계속 위원장직을 수행하기는 사실상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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