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놈놈’정우성“내가강호형이랑주먹질?하하하!”

입력 2008-07-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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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스물 넷 정우성. 2008년 서른다섯 정우성. 11년의 시간차가 존재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자신을 대표하는 작품을 만났을 때의 행복함, 그리고 새로운 출발을 앞둔 설렘이다. 17일 개봉하는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세 주연 중 한 명인 정우성을 만났다. 그는 “영화를 지금까지 13편 했는데 사람들이 꼽는 대표작은 늘 세 번째 영화 ‘비트’였다. 하지만 10년이 넘어 만난 14번째 영화 ‘놈놈놈’으로 드디어 대표작이 바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영화에 출연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다”고 자신있게 말했다.정우성은 ‘놈놈놈’을 통해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11년 전 이십대 중반을 앞둔 정우성이 ‘비트’로 대형스타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면, 올 해 정우성은 ‘놈놈놈’ 이후 본격적인 해외 진출과 또 다른 꿈인 영화감독 데뷔도 앞두고 있다. - 5월 칸 영화제에서 상영된 버전에서 정우성은 ‘좋은 놈’ 보다 현상금사냥꾼인 ‘나쁜 놈’ 중 한 명이었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비밀이 있는 정의로운 인물이다. “국내 버전에서는 좋은 놈 쪽으로 많이 회복될 것 같다. 칸에서는 과감한 생략이 많았는데 왜 보물지도가 있는 기차에 탔는지, 강호형이 연기한 태구와 함께 보물지도를 찾는지 등이 잘 설명되어 있다. 국내 버전이 관객들이 좀 더 편하게 웃으면서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다” -‘놈놈놈’은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규모와 캐스팅 때문에 소문이 많았다 “어떤 소문? 나도 몇 개 듣기는 했는데….”(웃음) - 떠돈 그대로 말하면 송강호와 정우성이 촬영 도중 다퉜다, 배우들이 김지운 감독에게 너무 힘들다며 감정싸움을 벌였다 등 다양하다. “하하하 정말 별 소문이 다 있다. 시작하기 전에 이런 말을 들었다. ‘강호형이랑 병헌형은 모두 김 감독과 작품을 했던 경험이 있는데, 괜히 함께 했다가 손해 보지 말라’는…. 이런 큰 영화에 감독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출연할 수 없다.서로 액션이 너무 힘들어서 어떻게 하면 내 분량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까가 큰 걱정이었다. 다투고 욕심내고 경쟁할 틈이 없었다” - 보물지도를 놓고 추격을 벌이는 장면은 장관이었다. 칸에서 해외취재진이 박수를 치더라. “행운이 함께한 촬영장이라고 밖에 설명할 말이 없다. 매일 아침 스스로 기도했다. 제가 탔던 말은 경주마 출신이고 촬영 경험이 많다. 액션 소리만 들으면 본능적으로 치고나간다. 속도감이 대단했다. 조금이라도 겁을 먹거나 위축되면 말이 귀신처럼 알아차리기 때문에 사고가 날 수 있다. 조금의 망설임이나 주저함도 없이 달려 나가야 했다” -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을 한 화면에서 본다는 것은 관객 입장에서 특별했다. 혹시 다른 배역은 욕심나지 않았나? “시나리오부터 세 캐릭터가 완벽하게 나눠져 있었다. 각 배우들이 갖고 있는 장점이 배역에 잘 녹아든 것 같다. 다른 배역도 참 멋있지만 다들 워낙 잘하셔서.(웃음) 처음부터 도원을 제의받았고 나 역시 도원이 가장 좋았다. 도원을 통해 내가 뭔가를 보여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특히 강호형과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이 많아 함께 연기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 감독준비를 꽤 오랫동안 했다. 언제 감독 정우성 영화를 볼 수 있나? “프로덕션을 차리고 계속 운영하고 있다. ‘놈놈놈’ 끝나고 한국에 돌아와 시나리오를 탈고했다. 현재 콘티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청춘영화로 알려져 있다. 어떤 작품인가? “‘놈놈놈’ 개봉이 코앞인데….(웃음) 청춘영화는 아니고 액션영화다. 원래 청춘물을 준비했었지만 확 바꿨다” - 감독 데뷔작에 직접 출연할지 여부에 대해 여러 가지 말이 많았다. “직접 출연할 생각이다. 그동안 액션영화에 많이 출연했는데 어떤 영화가 나올지 스스로 많이 궁금하다” - ‘놈놈놈’은 해외에서 관심이 뜨겁다. 이 영화를 시작으로 배우 정우성의 국제무대 진출을 기대해도 될까. “해외에서 ‘한국 사람들이 이런 장르의 영화를 하네?’ 그러면서 관심을 보였다가 ‘어? 생각보다 괜찮은데…’ 그러면서 관심을 보일 것 같다. 국제무대는 항상 생각이 있었지만 조바심은 없다. 미국 배우들 보면 보통 30대 후반부터가 시작인 것 같다. 제 나이도 그렇고 이제 시작이다. 저 역시 아시아에서 시장이 있는 배우 중 한명이지만 신인으로 돌아가 조금씩 시작해 볼 계획이다” 정우성은? 1973년생. 186cm의 키는 지금도 연예인중 거의 최장신이다. 1994년 영화 ‘구미호’로 데뷔, 14년 동안 활동하고 있는 모델 출신 ‘꽃미남’ 배우의 원조다. ‘비트’로 전국 남자고등학생의 우상이 되더니 ‘내 머리 속의 지우개’로 국내는 물론 일본여성까지 울리며 인기를 끌었다. 반항기 가득한 '루저'(loser)부터, 따뜻한 눈매의 연인, 거친 액션에 판타지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하며 10년 넘게 정상을 지키고 있다. 특히 중국 촬영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전문 배우가 됐다. 현지 스태프와 중국어로 격 없이 대화도 나눌 정도. ‘무사’를 시작으로 ‘중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까지 대형제작비가 투입된 모험심 넘치는 영화에 함께해왔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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