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백이노리는‘한방’

입력 2008-07-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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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또 시작해 보실까? “좋지.” 두 사내는 옆에 놓아두었던 병기들을 쥐고 일어섰다. 흑의의 사내는 고검(古劍), 백의의 사내는 이리의 이빨처럼 살기가 번뜩이는 단도 두 자루를 양손에 쥐었다. 단도 하나가 <실전> 백1로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흑은 어떻게 받아야 하나? <해설1> 흑1로 잇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보다시피 당장 수가 난다. 백이 노리는 ‘한 방’이다. 호락호락 이리 당해줄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실전> 흑2로 비껴 받았다. 이건 버티는 수이다. 백은 훌쩍 몸을 날려 백3으로 하변을 지켰다. 이래서는 백이 좋은 바둑이다. “전보다 많이 좋아졌군.” 흑의의 사내가 감탄했다. 적이 아니라면 박수라도 쳐주고 싶다. 그러나 승부는 승부. 흑의의 사내는 검을 고쳐 잡았다. 몇 차례 칼을 섞는가 싶더니 흑이 18로 좌하를 갈랐다. 백은 슬쩍 곁눈질을 주는가 싶더니 백19로 뚫었다. 흑의의 사내는 검 끝으로 흑20을 찔렀다. <해설2> 흑1로 받으면 어떻게 되나? 백2로 끊고 흑3에는 백4가 있다. 이건 흑이 곤란하다. 전반적으로 백의 몸놀림이 가볍다. 반상에서 돌은 가벼워야 한다. 깃털처럼 가볍되 엷어서는 못쓴다. 엷은 가벼움은 둔탁함만 못하다. 당장은 앞서 나간다 해도 어느 순간 발목이 부러질지 알 수가 없다. 오늘의 백은 가벼우면서도 돌 하나 하나에 충분한 존재감을 부여하고 있다. <실전> 흑20을 보고나서야 백은 21로 좌하귀로 돌아왔다. 백의의 사내가 좌우로 목을 꺾어 ‘우두둑’ 소리를 냈다. 새로운 전장이 펼쳐진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8단 1974y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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