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삼켜버린베이징근대화

입력 2008-08-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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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상상력과 연출력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의 주인공 장이머우(張藝謀)감독은 식을 마치고 기자들에게 “비가 올까봐 가장 두려웠다”고 했다. 하지만 베이징에 있는 올림픽 선수들은 심각한 대기오염을 일시적으로나마 씻어줄 비가 오히려 기다려질 것이다. 모래폭풍(沙塵暴)이라 불리는 황사와 더불어 대낮에도 시내를 오리무중(五里霧中)으로 만들기 일쑤인 베이징의 스모그는 악명이 높다. 오죽하면 이번 올림픽을 스모글림픽(Smoglympics)이라 부를까. 탁한 공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방독면 같은 마스크를 하고 조깅을 하는 구미(歐美)에서 온 외국인들과, 얼굴에 스카프를 두르고 자전거를 타는 여성들의 모습은 베이징 거리 오랜 풍속도의 하나다. 올림픽 유치 이후 중국인들의 환경정화 노력은 눈물겹다. 지난 몇 년간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당국은 170억불을 투입했다. 대대적인 나무심기로 시내 녹지화 비율은 9.7%로 올랐다. 베이징 외곽 267개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고, 승용차 운행은 홀짝제로, 시내버스는 천연가스 연료로 대체했다. 지하철을 대폭 신설하거나 손질했다. 이런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가짜하늘’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하늘이 맑을 때도 있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매춘여성 걸인 노숙자를 단속하고, 후통(胡同) 즉 베이징 고유의 좁은 골목길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행상이나 노점상이 발붙일 곳이 없어지고 있다. 대다수 중국인들은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하여 이런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새마을운동으로 초가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88올림픽 준비를 위해 노점상을 철거시켜, 깔끔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어묵을 먹으면서도 누추한 포장마차의 오뎅이 그립던 아이러니한 기억이 연상돼 다소 서운하다. 베이징에 오래 머문 한국인들이 귀국하면 가장 생각나는 요리 중 하나가 숯불 양꼬치구이(羊肉串)다. 그러나 숯검댕이가 묻은 꾀죄죄한 얼굴에 누런 이빨을 드러내고 활짝 웃는 얼굴로 부지런히 부채질을 하며 양꼬치를 구워주던 마음 좋은 중국인 아저씨를 이제 길거리에서는 만날 수 없다. 몇 년 전만 해도 베이징 시내에는 우마차가 활보했고, 같은 길을 빨간 페라리 스포츠카가 함께 달렸다. 지금은 완전히 변했다. 대대적인 정비작업으로 오랜 만에 베이징을 찾은 사람들은 길을 찾지 못한다. “근대화는 추억을 삼키고 나타난다” 했던가? 구한말의 한성(漢城)과 70년대 서울, 21세기의 뉴욕이 공존하여 기묘한 느낌을 선사하던 추억의 베이징 거리가 양꼬치 굽는 연기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김중산(金仲山)| 갈렙의학문화연구소장. 동서고금의 다양한 역사와 문화에 관해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전방위적 글쓰기와 강연을 하고 있다. 의학과 심리학에 관한 학위를 갖고 있다. 중국 북경에서 6년간 체류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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