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라인보다위대한‘G(Gold)라인’…NYT“아름다운챔피언의몸매”

입력 2008-08-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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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나 공주는 아름다웠다. 할아버지 대부터 소문난 장사집안이었다. 지독한 배곯이에도 아버지는 역기를 들었다. 외할아버지는 190cm, 거인 소리를 들었다. 50세의 어머니는 지금도 의용소방대원. 소방대 계주대표로 신나게 운동장을 뛴 뒤에도 불을 끄러 또 달려간다. 4kg의 우람한 딸을 품에 안은 아버지는 “역시 우리 핏줄”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처음에는 그냥 운동신경이 좋은 아이라고만 여겼다. 유치원 때 나간 미니 올림픽에서 장미란(25·고양시청)의 출전종목은 달리기. 상품이라며 들쳐 메고 온 자전거가 첫 메달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딸의 식욕이 갑자기 왕성해졌다. 어머니는 키가 크려고 그러나보다 싶었다. 마침내 중학생이 되자 몸속에 잠자고 있던 역사(力士)의 풍모가 드러났다. 하지만 장미란은 자신의 몸매가 싫었다. “그 때는 부모님을 원망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어머니도 딸의 사춘기가 걱정스러웠지만 아버지만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탄탄한 하체와 떡 벌어진 골격. 선수시절 꿈꾸던 몸매였다. “너, 역도 할래?”, “절대로 안 해요.” 일부러 방안에 틀어박혀 책장을 넘겼다.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아버지가 미웠다. 하지만 피하면 피할수록, 몸은 바벨을 향했다. 중학교 3학년을 마치고서야 “역도만 잘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말에 넘어갔다. 기본자세만 배우고도 역기를 솜털처럼 들어올렸다. 기록 느는 재미가 책장 넘기는 재미보다 더했다. 1년 만에 고교무대에서는 적수가 없었다. 체육과학연구원(KISS) 문영진 박사는 “장미란은 역도선수로서 신이 내린 몸매를 가졌다”고 했다. 역도는 피오나 공주의 콤플렉스를 치유했다. 체중이 늘수록 더 많은 무게를 들어올렸다. 더 이상 아름다움의 기준은 S라인이 아니었다. 올림픽을 앞두고는 어깨와 상체를 더 불렸다. 하루 최대 2000kg 이상을 들어올리는 중량훈련도 거뜬했다. 장미란은 “이제는 훌륭한 몸을 물려주신 부모님께 감사한다”면서 “내 몸이 자랑스럽고, 사랑스럽다”고 했다. <뉴욕타임즈>는 17일, ‘가장 아름다운 챔피언의 몸매 5인’ 중 첫 번째로 장미란의 이름을 올렸다. 앞으로도 피오나 공주의 몸매 가꾸기는 계속된다. 장미란은 “런던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려면 상체가 보완될 필요가 있다”면서 “체중이 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아 왔지만 더 늘릴 것”이라고 했다. 미의 기준은 다를 수 있지만 아름다워진다는 것은 어렵다. 그리고 자신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란 더 어렵다. 베이징=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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