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남’스피츠의변신은무죄

입력 2008-08-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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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펠프스가 자신의 대기록을 넘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을 때, 마크 스피츠는 디트로이트에서 아들이 출전하는 농구경기를 구경하고 있었다. 신구를 대표하는 두 수영 황제는 미 NBC방송의 영상통화를 통해 마침내 대면했다. 현역시절 까칠하기로 소문났던 스피츠도 자랑스러운 후배 앞에서는 칭찬과 격려로 일관했다. “나는 이 기념비적인 순간에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 지금 막 내 마음 속에 떠오른 말은 이것이라네. 영웅적인 한 편의 서사시. 바로 자네가 이룬 일이지.” 스피츠는 자신이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쌓은 7관왕의 기록을 깬 23세의 후배에게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마이클, 우리는 자네가 미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네. 이미 4년 전인 아테네올림픽에서 6개의 메달을 딸 때, 나는 오늘 같은 날이 올 줄 알았지. 자네는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어. 그리고 앞으로도 오랜 동안 영감을 주어야 할 책임이 생겼네. 나는 자네가 잘 해낼 것으로 믿고 있지.” 끝으로 스피츠는 “자네도 알다시피 내가 활동했을 당시 자네는 태어나지도 않았지. 그러나 나는 내 자신이 분명 자네에게 어떤 자극제가 되었으리라 확신하네. 그리고 이 점이 내게는 최고의 찬사이지. 자네와 같은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점이 행복하군”이라고 덧붙였다. ‘전성기 시절의 스피츠와 현재의 펠프스가 대결을 펼친다면 누가 이길까?’라는 앵커의 질문에 스피츠는 슬쩍 피해가는 노련함을 보였다. “나는 어떤 것들이 펠프스를 괴롭히는지, 귀찮게 하는지 잘 알고 있소. 아마 그도 나와 마찬가지로 알고 있을 것이오. 굳이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소. 우리 둘의 승부는 결국 무승부가 아닐까?” 현역시절 동료선수들을 두고 ‘내 생애 가장 잘못된 만남’이라는 둥 각종 ‘설화’로 파문을 일으켰던 스피츠는 앞서 가진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이번 올림픽에 대한 강한 불만과 분노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세상 사람들은 여전히 올림픽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톱5 중 한 명으로 나를 기억한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번 올림픽에 초청되었지만 나는 아니었다. 내가 베이징에 가서 내 기록이 펠프스에 의해 깨어지는 모습을 관중석에 앉아서 보아야 하나? 그것은 내 품위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그건 아니다. 나는 이 사실에 대해 ‘열’ 받았다.” 1972년 뮌헨올림픽 최고의 스타였던 스피츠는 그러나 불운한 선수이기도 했다. 그가 7개의 메달을 획득해 올림픽 역사를 새로 쓴 다음날 이스라엘 선수들이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납치, 결국 전원 피살당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터졌고 유대인인 그는 곧바로 미국으로 송환되어야 했다. 당시 수영과는 관련도 없는 아디다스 운동화를 들고 공식석상에 나타나는가 하면, 7개의 메달을 걸고 사진을 찍자는 기자들의 요청을 거절하는 등(이미 거액을 받고 한 언론사와 독점계약을 맺음) 유독 ‘돈’을 밝혔던 스피츠는 이후 CF모델, 영화배우, TV출연 등으로 수입 극대화에 나섰지만 지나친 ‘남발’로 기대처럼 큰 돈을 벌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4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는 “테러 위험 때문에 미국이 불참할지도 모른다”고 발언해 국제 스포츠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스피츠는 당시 펠프스가 금메달을 따자 시상자로 변신해 그의 목에 메달을 걸어주기도 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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