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은짧고후유증길다

입력 2008-08-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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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후선수들허탈감에방황
한 남자가 두 팔을 머리 위로 번쩍 올린 채 15,000m의 결승라인을 통과한다. 올림픽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극적인 장면도 딱 그 찰나일 뿐!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올림픽 영웅으로 등극한 ‘브루스 제너’도 성취감 못지않게 허탈한 심정을 경험했다. 그는 친구가 빌려준 호화로운 방 안에서 그랜드 피아노를 쳐다보며 중얼거린다. “지금부터 저 피아노라도 배워야하지 않을까?” 뉴욕타임즈는 최근 올림픽 이후 겪는 스포츠 선수들의 ‘포스트 후유증’에 대해 보도했다. 계속 메달의 꿈을 꿀 것인지, 새로운 분야로 방향키를 돌릴 건인지 방황하는 선수들의 이면을 보도했다. 올림픽의 경험은 짧고 굵다. 순간의 자부심은 날아가기도 쉽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절정의 실력을 뽐낸 스타들은 스물 셋의 마이클 펠프스처럼 계속 경력을 쌓을 수도 있다. 마이클 펠프스는 인생의 전부가 “먹고 , 자고 , 수영하고…” 라고 했다. 그는 4년 뒤 런던올림픽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그러나 다른 많은 선수들은 곧 평범한 삶으로 돌아간다. 올림픽 무대에 2번, 3번 나갈 수도 있다. 그렇게 많이 오는 기회는 아니다. 그 사이에 지칠 수도 있고 자신을 희생할 각오도 필요하다. 스포츠심리학자 찰리 브라운은 “선수들이 몇 년 동안 매일 매일 고강도의 트레이닝을 받는데, 이러한 집중적인 상황 탓에 개중에는 쉽게 무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1982년 올림픽에 참가한 163명의 체코선수를 연구한 결과 선수들 중 17%만이 약물 오용이나 스트레스의 후유증 없이 정상적인 일터로 돌아갔다. 스포츠에서 은퇴하는 선수들도 있다. 목표를 이미 달성했거나,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스포츠를 접는다. 1980년 동계올림픽에서 5개의 메달을 딴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에릭 하이든은 은퇴 후 외과의사가 됐다.반대로 1994년의 옥사나 바울은 알코올 문제 등 여러 개인적인 문제로 시달리다 다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재기에 성공했다. 선수들의 후유증은 짧은 순간의 영광이 주는 단맛 탓도 있다. 어떤 선수들은 “지금 내가 금메달을 따면 세계가 내 앞에 바로 펼쳐진다”며 자신만만해진다. 1972년 뮌헨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프랭크 쇼터는 “그런 생각에 집중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이라고 경계했다. 변인숙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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