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애프터]실업팀달랑5개…“때론자부심마저흔들린다”

입력 2008-08-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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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축구와 마찬가지로 일반 스포츠 팬들에겐 럭비가 아직 익숙하지 않다. 많은 국가들이 럭비를 사랑해도 ‘가까이하기 어렵다는’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규칙부터 다소 복잡해 일반인들이 가까이 하기 어렵다. 점수만 해도 여러 가지가 있다. 터치다운과 비슷한 ‘트라이’를 할 때 5점이 주어지고 보너스 킥을 하면 2점이 추가된다. 또 페널티킥은 3점이다. 전진 패스는 허용되지 않지만 땅에 바운드돼 튕기는 볼을 차서 전진시키는 드로킥은 인정된다. 헷갈릴 수밖에 없다. 선수별로 각자 포지션이 주어지나 크게 포워드와 백스(Backs)로 구분된다. 15명 일반 경기는 각 포지션 8명, 7명으로 나뉜다. 자주 노출이 이뤄져야 거리감을 좁힐 수 있으나 그나마 접할 기회마저 적어 ‘비인기’ ‘배고픈’이란 달갑잖은 수식이 끊임없이 따라붙는다. 어떤 대회가 있고, 어디서 열리지도 모르는 판에 TV 중계는 꿈도 꾸지 못한다. 그나마 타 종목들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때 느낀다는 ‘반짝 인기’마저 럭비에겐 존재하지 않는 게 사실이다. 최고 진학률을 자랑하는 럭비 명문 양정고교 선수들도 이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대학 진학을 앞둔 한 3학년 학생은 “럭비가 인생의 전부라는 자부심은 잃고 싶지 않은데 때론 인기 종목인 야구나 축구를 하지 않은 게 불안하긴 하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대한럭비협회에 등록된 국내 실업팀은 한국전력과 삼성SDI를 포함해 고작 5개에 불과하다. 그 중 한 팀은 국군체육부대이다. 럭비부를 보유한 대학팀이 12개교란 점을 감안할 때 실업 입단은 그야말로 ‘바늘구멍에 낙타가 통과하는 격’이다. 나머지는 실업자가 되거나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수많은 유망주들이 일찌감치 럭비를 포기하는 결정적 이유이다. 임한수 양정고 코치는 “어려운 여건에서 묵묵히 제 몫을 하려는 후배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면서 “다른 건 몰라도 이들이 꿈을 잃지 않고 운동할 수 있는 환경만 마련됐으면 한다”는 작은 소망을 드러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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