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기행

입력 2008-08-29 02: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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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의 상징인 잔교(棧橋). 중국 산동성 동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청도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항구도시다. 청도는 깨끗한 환경과 쾌적한 기후, 풍성한 먹거리로 사람이 살기 좋은 세계적인 도시 중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산동성 중에서도 이곳 청도에 유독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청도를 제대로 보려면 2박 3일은 걸린다. 이왕이면 청도 앵두 축제가 열리는 5월이나 맥주 축제가 열리는 8월에 가서 청도의 잔교, 오사광장, 중산공원, 노신공원, 팔대관, 해군박물관, 해저세계를 거쳐 도교의 성지로 알려진 노산(¤山)까지 등반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 중에서 잔교(棧橋)는 청도의 대표적인 볼거리 중의 하나로 꼽히며, 청도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청도는 100여 년 전에는 이름 없는 작은 어촌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청나라 때 해상을 방어하기 위해 청 정부에서 청도를 개발하기 시작한 이후로 한때 독일과 일본이 차례로 이곳을 점령한 바 있었으니, 청도는 그야말로 열강의 침탈지였던 곳이다. 지금도 청도에서 독일식, 일본식 건물을 쉽게 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잔교는 1892년 열강의 침입에 위협을 느낀 정부가 군수물자의 수송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건설한 다리이니, 청도의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이다.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긴 다리 위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회란각(回瀾閣)’이란 현판이 걸려 있는 누각까지 걸어가는 관광객이 사시사철 꽤 많다. ‘회란’은 이곳에서 물결이 굽이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회란각에서 보는 아름다운 풍광은 청도 10경에 포함된다. 이곳에 있으면 ‘푸른 바다, 쪽빛 하늘’로 쓰이는 ‘벽해남천(碧海藍天)’이란 시구가 절로 떠오를 것이다. 여름철에는 모래사장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중국 사람들로 북적인다. 오늘날 잔교를 찾는 관광객들은 청도의 아픈 역사보다는 ‘청도맥주’를 연상하기 쉽다. 중국에서 유명하다는 청도 맥주, 연태 맥주, 연경 맥주, 하얼빈 맥주 등의 허다한 맥주가 있다지만 역시 청도의 명산인 ‘노산’의 광천수로 빚은 ‘청도 맥주’를 으뜸으로 친다. 청도의 이미지는 ‘청도 맥주’로 각인된 듯하다. 이렇듯 유명한 청도 맥주의 도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작은 누각이 있고 그 앞으로 넘실대는 물결이 보일 것이다. 바로 이 잔교를 모델로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잔교를 안내하는 여행 가이드는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 청도 맥주 아시지요? 청도 맥주에 나오는 그림이 바로 여기입니다.” 청도의 과거와 현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잔교에서 푸른 바다, 쪽빛 하늘을 보며 시원하게 청도 맥주를 한 잔 마시는 것도 권할 만하다. 조영임 | 일곱 살 아들과 함께 한 엄마로서 쓴 중국 문화기행 ‘아들아, 이것이 중국이다’의 저자다. 섬세한 여성의 눈과 따뜻한 모성의 가슴으로 중국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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