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미리벗겨도되나요?”…시판앞둔신차‘위장막’제거붐

입력 2008-08-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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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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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1시경. 서울 수서-경기 분당간 도시화 고속도로의 일원동 부근. 벌초를 가는 차량들로 제법 통행량이 많은 이 도로에서 차량 두 대가 시속 100km 가량의 속도로 ‘추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앞서가는 차량의 모습은 얼핏 보기에 수입차. 하지만 이 차는 다름 아닌 11월 1일 시판 예정인 GM대우의 라세티 후속모델, 프로젝트 명 ‘J300’였다. 뒤 따르던 차량의 운전자는 이를 알아본 듯, 조금이라도 더 J300을 관찰하기 위해 앞차와의 거리를 10m 이내로 유지하며 바싹 따라 붙고 있었다. 자동차 업체들 사이에서 시판을 앞둔 차량의 디자인을 수개월 전부터 ‘비공식 공개’ 하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다. 과거엔 신차 디자인은 시판 전날까지도 공개하면 안 되는 특급 비밀에 속했다. 하지만 인터넷이 대중화하고, 테스트중인 신차만을 전문적으로 찍어서 대중에 공개하는 ‘카파라치’의 활동이 증가하면서 자동차 업체들은 아예 미리 비공식 공개를 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는 것. 누리꾼들이 ‘직찍’(직접 찍은)한 신차 사진을 동호회 등에 퍼 나르는 과정에서 마케팅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GM대우는 기아자동차의 포르테 신차 발표회 다음날인 22일 외국에서 판매될 예정인 ‘시보레’ 로고를 부착한 J300을 언론에 공개하는 한편, ‘GM대우’ 로고를 단 차량의 노출도 강화 했다. GM대우가 J300을 미리 공개한 이유는 경쟁 차종인 기아차의 포르테를 구입할 가능성이 있는 J300 잠재 고객의 발을 묶어두려는 목적이 크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벗기기도’ 한다. 기아차는 1월 대형 SUV ‘모하비’를 시판하기 1년여 전부터 양산 모델을 공개했다. 시판 한 달 전부터는 김익환 부회장, 정의선 사장을 비롯한 임원 27명이 직접 모하비를 운전하고 출퇴근하며 노출 효과를 극대화하기도 했다. 올해 1월 시판된 현대자동차 제네시스도 판매 2개월여 전부터 고속도로 휴게소나 동네 주차장에 세워진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았다. 현대차가 내달 5일 시판 예정인 스포츠카 ‘제네시스 쿠페’ 역시 내 외관은 물론이고 주행 모습이 담긴 동영상, 차량 제원과 주요 부품의 특징 까지 이미 공개된 상태.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인터넷 시대의 소비자들은 신비주의보다는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는 마케팅에 호응하고 있어 전략적으로 신차의 모습을 공식·비공식적으로 미리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성엽 동아일보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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