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빠진허리…박지성빈자리드러내

입력 2008-09-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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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첫 상대 북한전(9.10)을 앞두고 요르단과 ‘모의고사’를 치른 한국대표팀의 엔트리를 보면 “많이 바뀌었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박지성, 이영표, 박주영 등 주요 해외파들이 빠졌기 때문이다. 겨우 이기긴 했어도 아무래도 중량감이 떨어졌다. 경기 내용도 싱거웠다. 경험 부족으로 밸런스 조절도 미흡했다. 실망한 팬들을 돌려세우기엔 좀 더 많은 전술적인 변화와 고민을 해야할 듯 하다. 우선 박지성의 빈자리를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조재진을 최전방 원톱에 두고 김두현에게 중원 사령관을 맡겼다. 하지만 기분 좋은 흐름은 경기 시작 후 딱 10분이었다. 미드필드를 장악하지도, 그렇다고 찬스를 엮어내지도 못했다. 흐름을 읽고, 강약을 조절하고, 템포를 맞춰야하는 것이 바로 공격형 미드필더의 임무였지만 전체적으로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특히 박지성의 공간 침투와 같은 투지 넘친 플레이의 실종은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나 양 날개와의 조화를 맞추면서 파괴력을 키워야하는 숙제를 남긴 셈이다. 부상 등 컨디션 난조로 한동안 대표팀에서 볼 수 없었던 조재진도 이날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특히 타깃맨의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은 허 감독의 또 다른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물론 원인은 있었다. 조재진과 2선의 미드필드와의 간격이 너무 벌어져 전반 내내 고립된 플레이를 한 탓이다. 혼자 풀어가기엔 막막한 상황이었을 뿐만 아니라 2선 침투가 이뤄지지 않아 결코 위협적인 존재가 되지 못했다. 허 감독이 강조해온 세대교체, 즉 올림픽 주전들의 기용도 눈여겨볼만한 대목이었다.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은 김남일과 김두현의 가운데에서 어정쩡한 위치선정을 하는 등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휘젓고 다니는 스타일의 이청용이나 신영록, 문전에서 침착한 서동현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특히 이청용은 상대를 앞에 두고도 과감한 플레이를 펼치는 자신감이 인상적이었다. 중앙 수비수 김진규와 강민수는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때문인지 특별한 실수는 없었지만 상대의 공격력을 감안하면 아직은 평가를 하기엔 이른 단계이다. 단지 수비가 아니라 공격과의 연결을 생각하는 플레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시험을 목전에 둔 허 감독의 과제는 무엇일까.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는 작전을 세우고, 팀의 리더를 키우고, 대표팀의 중량감을 키워야한다. 최종예선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상암|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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