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멋진 하루’는…
갑자기 생각나 화가 치밀었거나, 아니면 정말 돈이 급했나보다. 서른을 훌쩍 넘긴 노처녀 희수는 추운 겨울날 1년 전 헤어진 옛 애인 병운을 찾아 나선다. 경마장 구석구석을 뒤져 찾은 병운에게 건넨 첫 마디는 “돈 갚아”. 통장으로 부쳐준다는 병운에게 희수는 오늘 꼭 갚으라고 선을 긋는다. 하지만 병운은 사업이 망해 빈털터리. 결국 희수와 함께 아는 여자들에게 돈을 꾸러 다니며 하루를 보낸다. 그들은 갚을 돈, 빌려준 돈 350만원을 다 구할 수 있을까?
‘여자,정혜’, ‘러브토크’, ‘아주 특별한 손님’으로 여성의 섬세한 감성을 표현했던 이윤기 감독의 네 번째 작품. 일본 다이라 아즈코의 단편 소설이 원작이다. 헤어진 옛 연인이 함께 돈을 꾸러 다니며 온갖 사람들을 다 만나고 그 속에서 서로의 아픔을 함께 느낀다. 돈 받으러 나왔다 온갖 고초를 다 겪지만 참고 또 참는 전도연의 절제, 사업이 망해도 당장 잠잘 집도 없지만 환하기 만한, 온갖 사탕발림으로 여성들에게 돈을 꿔서 빚을 돌려 막는 하정우의 능청이 잘 어울려 독특한 재미를 준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Copyright © 스포츠동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