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니와4년만의재회…꿈같아요”

입력 2008-09-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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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이신바예바 언니에게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한국의 미녀새와 러시아의 미녀새가 만난다. 여자장대높이뛰기 한국기록(4m11)보유자 최윤희(22·원광대)와 세계기록(5m5)보유자 옐레나 이신바예바(26·러시아)가 25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08대구국제육상선수권대회에 나란히 참가한다. 인연의 시작은 4년 전. 당시 고3 유망주이던 최윤희는 국내 한 방송사의 기획으로 러시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볼고그라드에서 난생 처음 실내육상경기장에서 훈련을 했다. 그것도 ‘자신의 우상’ 이신바예바와 함께. 최윤희는 “점프훈련을 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세상에 있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헤어질 때는 고향인 전주에서 가져간 한지인형세트를 선물했다. 이신바예바는 연신 “예쁘다, 고맙다”를 연발했다고. 2006대구국제육상선수권에 이신바예바가 참가했을 때는 원포인트레슨을 받았다. 이신바예바는 “기술은 좋다. 뛰는 것만 보완하면 더 기록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 “무릎을 더 올리고, 리듬감을 가지고 뛰라”고 조언했다. 최윤희에 따르면 이신바예바는 세계최고의 선수임에도 까칠함이 없다. 선수들에게 먼저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자연스레 최윤희도 친근감을 느끼게 됐다. “올림픽기준기록에도 미치지 못하는 내게 먼저 아는 척을 해줘서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최윤희는 비록 올림픽에 나가지는 못했지만 이신바예바를 열심히 응원했다. 이신바예바는 베이징올림픽에서 슬럼프에서 탈출하며 세계기록을 세웠다. 최윤희는 “이신바예바가 밸런스가 맞지 않던 모습을 벗어던지고, 예전의 폼을 완전히 찾았다”고 했다. 최윤희는 2005년 마의 4m벽을 깬 뒤, 15회나 한국기록을 갈아 치웠다. 하지만 6월 대구에서 열린 전국선수권에서는 기록행진이 주춤했다. 최윤희는 “최근 새로운 폼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슬럼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친구 하나 없는 울산에서 훈련하다보니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최윤희는 “이번에 이신바예바 언니를 보면, 달릴 때 어깨를 흔들며 리듬을 타는 것이 도움이 될지 꼭 물어보고 싶다”고 했다. 슬럼프 탈출에 성공한 러시아의 미녀새. 이제 한국의 미녀새에게 도움을 줄 차례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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