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싶었습니다]사랑을아직몰라?…그럼펼쳐봐

입력 2008-09-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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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과이지연’쓴안은영
“한 번을 만나도 느낌이 중요해. 난 그렇게 생각해. 너무 빠른 것도 난 싫어. 나는 사랑을 아직 몰라. 조금 더 기다려.” 긴 생머리에 앳된 얼굴의 가수 이지연은 1988년 ‘난 사랑을 아직 몰라’, ‘바람아 멈추어다오’라고 노래하며 뭇 남성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20년 뒤 다시 이지연이 나타났다. 이젠 소설이다. 사랑을 아직 모른다면? 바람이 멈추지 않았다면? 안은영의 ‘이지연과 이지연’에서 해답을 찾아보자. 이 책은 2006 년 출간된 이후 4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여자생활백서’의 저자가 쓴 연애담, 성장소설이다. “20대 연애는 풍덩 빠지잖아요. 그 남자 그 여자에게 다 줘버리는 습관을 갖게 되고… 그 땐 원래 주는 게 재미있어요. 30대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연애를 하게 되죠.” ‘이지연과 이지연’에는 스물일곱, 서른넷 동명이인 이지연이 등장한다. 한 명은 요가 강사, 한 명은 홍보대행사 직원이다. 사랑을 ‘믿고’ 결혼을 준비하다 덜컥 홀로서기 하는 여자, 사랑은 ‘믿지 않지만’ 연애에 기꺼이 몸담는 여자, 누가 20대이고 누가 30대일까? 긴 웨이브 머리를 한 ‘그녀의 이야기’와 짧은 단발머리를 한 ‘또 다른 그녀의 이야기’가 매 챕터마다 부제로 구분돼있다. 직업이 기자인 저자는 16개 챕터로 소설 틀을 짠 뒤,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글을 썼다. 석 달 동안 구상했고 두 달 동안 썼다. 영화기자를 한 경력 탓에 주인공을 그려갈 때도 영화배우 K군이나 P양의 이미지를 섞기도 했다. 기자의 글쓰기 습관이 소설쓰기에도 은연중 묻어난 것이다. “나는 언제건 시작하고 싶을 때 시작할 생각이다. 모든 것에 온당한 시기란 없다.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이 가장 바람직한 때다”, “긴 연애에 익숙한 사람은 짧은 관계를 망설이지 않는다” 등 주인공은 친한 친구나 선배처럼 조언의 독백을 들려준다. 전작 ‘여자생활백서’를 보고 고민상담차 이메일을 보낸 독자들이 ‘이지연과 이지연’을 읽으며 마음을 치유했으면 하는 게 글쓴이의 바람이다. 실제로 본인은 카운슬링에 의존하지 않고, “혼자 내면으로 굽어보는 편”이다. 후배들에게도 “마음 가는대로 살라”고 말한다. ‘이지연과 이지연’에서는 갖가지 에피소드와 상념으로 친절하게 연애심리를 풀어준다. 그러나 다음 책은 또 다를 예정이다. 안은영은 “다소 불친절하지만 새로운 형식의 책이 나올 것”이라고 귀띔해줬다. ○책 뒷이야기? 왜 하필 ‘이지연’이야? 책 제목을 보고 가장 멈칫할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이 땅의 ‘이지연’들이다. 같은 이름을 껄끄럽게 여기는 독자들은 자칫 신경이 쓰일 수도 있다. 걱정은 붙들어 매도 좋을 것 같다. 이지연은 신비로운 이름이다. “흔한 연애도 자기 얘기가 되면 달라진다”는 게 지은이의 말이다. 평범하면서도 자신을 드러낼 것 같지 않은 이름이 주제와 어울려 조심스럽게 ‘이지연’을 택했다. 출간 전에 이 씨 아닌 김 씨도 생각했고, 지연이 아닌 지영도 떠올렸다. 소설 제목은 ‘김지영과 김지영’이 될 뻔도 했다. 평범함과는 사뭇 다른 책표지도 눈에 띈다. 매서운 눈초리와 발그레한 볼 터치, 오징어 먹물을 바른 검은 머리 여자가 붉은 조명 아래 서 있다. 누군가는 우스갯소리로 “책 살 거야? 말 거야?” 독자를 노려보는 얼굴이라고 했다. 청순한 두 여성을 담은 B안도 있었지만, 당돌한 인상의 여성이 표지 일러스트로 최종 선택됐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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