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막내도련님잘살아요∼”

입력 2008-09-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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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9형제의 맏이한테 시집와 시동생들, 아가씨들 다 시집장가 보냈습니다. 한 달 전에 마지막 아홉 번째 막내 도련님을 장가보내게 되었습니다. 제가 시집올 때 초등학생이었던 막내 도련님은 같이 살아온 세월이 25년이라 그런지 마치 제 자식 같고, 제 친동생 같고 그랬습니다. 중학생, 고등학생 때도 공부를 잘해서 저한테 기쁨도 많이 주었습니다. 대학교 다닐 땐 등록금이 없어서 제가 전셋집을 월세로 돌려 돈을 대주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막내 도련님이 참 예뻤습니다. 그런데 막상 결혼한다고 하니까 왜 그렇게 서운하던지. 솔직히 기쁜 마음보다 서운한 마음이 더 컸습니다. 막내 도련님도 그랬는지 결혼식 전 날 “큰 형수님 저 좀 봐요” 하고 저를 따로 부르더니 갑자기 제 앞에서 넙죽 절을 하는 겁니다. 제가 “됐어 절은 왜 해∼ 안 해도 된다니까∼” 하며 말렸지만 시동생은 절을 다 하고 제 손을 꼭 잡더니 “형수님, 형수님 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아마 없을 겁니다” 하면서 제게 편지를 하나 건넸습니다. 저는 같이 손을 맞잡고 “그래 그 마음 다 아니깐,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아. 싸우지들 말고 잘 살아” 했습니다. 시동생 결혼식 날 양가 어머님들이 앞으로 나오셔서 촛불을 켜는데, 갑자기 제가 눈물이 났습니다. 문득 25년 전 저희 친정 아버지께서 “우리 막내가 어떻게 시집살이하려고 9형제의 맏이한테 시집을 가냐? 가서 어떻게 살려고 그 결혼을 해”하며 안타까워하시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저희 친정아버지는 쉰둥이인 저를 고이고이 애지중지 키우셨습니다. 그런데 그 막내딸이 고생을 무릅쓰고 시동생 많은 집에 시집을 간다고 하니까 아버지는 그게 속상하셔서 결국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으셨습니다. 어쨌든 막내 도련님 결혼하는 모습 보니까 우리 친정아버지가 이런 마음이었을까 싶은 게 자꾸 눈물이 났습니다. 그렇게 도련님은 손님 치르고 신혼여행을 떠나고 저는 집으로 돌아와 결혼식 전날 도련님이 준 편지를 읽어보았습니다. 그런데 편지 제일 앞머리가 ‘누나에게’로 시작하더군요. “누나에게! 제가 형수님을 형수님이라고 부른 건 중학교 때부터였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누나라고 부르고 싶었습니다. 저는 형수님의 큰 정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어리고 철모를 때 늘 지켜봐 주시고 보듬어 주셨던 형수님의 마음을 저는 죽을 때까지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 대학교 등록금을 저한테 주시면서 친구한테 빌려왔다고 하셨는데, 그게 전세를 월세로 돌려서 주신 돈이라는 거 집주인한테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그 때 참 많이 울었습니다. 형수님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이제는 제가 잘 하겠습니다. 막내가 잘하겠습니다. 형수님 감사합니다” 하면서 빼곡하게 편지를 써서 줬습니다. 그 글을 읽으면서 얼마나 눈물이 났는지 모릅니다. 저는 그 날 저녁 함께 살고 있는 시어머님께 “어머님 우리 술 한 잔 해요” 하고 지난 세월 넋두리하며 술잔을 기울였습니다.조금 있으면 우리 큰 딸도 시집간다고 나설 텐데, 그 때도 이렇게 눈물이 날까요? 아무래도 떠나보내는 마음은 다 같은 거겠죠? 사실 여덟 명이나 되는 시댁 동생들 뒷바라지하느라 저는 아직 제 집 장만도 못 하고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앞으로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더 재미나게 살아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행복한 아침 왕 팬 저희 도련님께 한마디하고 싶습니다. “도련님∼ 방송 듣고 있을 것 같아 편지 써봤어. 두 사람 재미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 많이 행복하길 바랄게∼ 잘 살아∼”경기 남양주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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