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최진실,틈나면아이자랑…천상엄마였다

입력 2008-10-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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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이해리기자가만난‘진실언니’
“격하게 감사하는 거 알죠?”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에서 그녀는 항상 건강하고 밝았다. 흔한 안부 문자까지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던 최진실은 얼마 전 한 통의 문자를 보내왔다. 여배우로 다시 일어날 수 있던 것, 사람들의 사랑을 다시 받을 수 있던 것에 최진실은 입버릇처럼 “감사하다”고 말했다. 살가운 성격 때문인지 그녀의 곁에는 늘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최진실이 출연하는 드라마 촬영장 대기실에는 언제나 10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사람 잘 챙기기로 유명해 때마다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해 손수 밥을 차려줬다. 일상생활에서 그녀는 톱스타라기보다 자상하고 쾌활한 언니, 누나에 가까웠다. 최진실과의 마지막 인터뷰는 5월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을 끝낸 직후였다. 3달 동안 계속한 밤샘 촬영으로 녹초가 됐는데도 그녀는 “판에 박힌 인터뷰 재미없죠”라며 먼저 근처 삼겹살 집으로 기자를 이끌었다. 허름한 식당에서도 최진실은 편안히 어울렸다. 부딪히는 소주잔의 수가 늘어나자 그녀는 “이혼의 아픔을 겪으면서 밝은 작품에 출연할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작지만 당찬 그녀에게도 세상의 편견이 견디기 어려웠던 모양이었던 듯 말을 잇다가 여러 번 목이 메이기도 했다. 이후 7월 만났을 때는 유난히 아이들 이야기를 많이 꺼냈다. 올 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맏아들을 이야기할 때는 여느 학부모와 같았다. 거짓말을 한 아들에게 회초리를 들고 아픈 마음을 며칠이나 가슴에 담아뒀다고 했고, 부쩍 멋을 내기 시작한 5살 딸의 이야기를 할 때는 “예쁜 옷을 사줘야겠다”며 자랑도 했다. 배우로 전성기를 다시 맞았지만 최진실은 사회의 여러 편견에 정면으로 도전한 강한 여성이기도 했다. 싱글맘으로 살면서 두 아이의 성을 자신의 성으로 바꾸는 가족사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적잖은 고통을 받았다. 두 아이들에 대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예민해졌고 여러 번 “아이들 이야기를 언급하지 말아 달라”고 언론에 호소하기도 했다. 불혹의 나이에도 ‘요정’으로 불린 화려한 톱스타. 하지만 평범한 엄마, 친근한 언니로 살고 싶었던 최진실은 배우로 전환점을 준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을 끝내고 “이혼은 마침표가 아니라 시작이란 걸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의 말을 끝내 지키지 못한 채 환한 웃음을 남기고 팬들의 곁을 떠났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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