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김의MLB수다]투수의진수‘공끝’을살펴라

입력 2008-10-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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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좋으면 모든 게 좋다’는 어른들 말씀은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마무리가 중요한 건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메이저리그 투수들에게 ‘끝’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꼭 마무리 투수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만도 베니테스는 뉴욕 메츠에서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습니다. 95마일이 넘는 강속구와 스플릿핑거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메츠의 뒷문을 지켰지만 중요한 순간에 홈런을 허용하는 바람에 메츠팬들에겐 미움과 원망의 대상이었습니다. 엄청난 강속구 투수인데도 타자들은 그의 공을 어렵지 않게 쳐내곤 했습니다. 전문가가 아닌 제게 그건 분명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는데, 2003년 당시 팀메이트였던 서재응 선수는 단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형,쟤 공끝이 너무 가벼워.” ‘공끝’이란 표현은 한국선수들한테 자주 듣는 것인데요. 과연 공 끝이라는 게 존재할까요? 투수의 손에서 공이 릴리스되는 순간부터 공이 홈플레이트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평균적으로 약 9마일의 속도가 감소된다는 연구결과가 ‘끝’의 존재를 입증해주고 있습니다. 즉, 베니테스가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아무리 95마일 강속구를 뿌린다고 해도 종속이 급격히 감소해 타자들 체감으로는 80마일 중반의 스피드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와 달리 뉴욕 양키스의 특급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는 평균적으로 3마일 정도만 감소된다고 합니다. 초속과 종속에 차이가 별로 없기 때문에 리베라의 직구는 92마일밖에 되지 않지만 타자에겐 훨씬 위협적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댄 왓슨 뉴욕 메츠 투수코치는 ‘공끝’의 여부는 하체에 달려있다고 단언합니다. 미국선수들은 워낙 기본적인 체격이 좋다보니 상체만 사용해도 구속을 올릴 수는 있지만, 상체만 써서는 끝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습니다. 하체 이외에 끝을 잃어버릴 수 있는 가장 큰 요소는 투구페이스라고 합니다. 너무 급하게 페이스를 잡으면 하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실투를 하기 쉽다고 합니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이 시작됐습니다.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팀의 활약처럼 단기전 승부의 키는 투수력인데요, 베니테스와 리베라의 ‘공끝’을 떠올리며 관전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스포츠동아 Special Contributer -8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뒤 뉴욕 메츠 직원을거쳐 김병현과 서재응의 미디어 에이전트코디네이터로그들과 영욕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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