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사랑“화끈하데이”삼성사랑“진득하데이”

입력 2008-10-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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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학적으로풀어본‘PK-TK맞대결’
정치에서 ‘지역감정’은 만악의 근원처럼 여겨지지만 야구에서 ‘애향심’은 권장해야 할 미덕입니다. 정치공학적 표현을 사용하자면 8일부터 시작되는 롯데와 삼성의 준플레이오프 대결은 PK(부산-경남) 대 TK(대구-경북)의 대리전이기도 합니다. 같은 영남이지만 두 지역의 정치색, 지역색은 외부인이 볼 때 확연히 다릅니다. 정치적으로 나란히 한나라당의 아성으로 꼽히지만 TK가 반민주당이라면 PK는 비민주당 정서에 가깝죠. 이명박 대통령이 TK 출신이지만 TK의 대표 정치인으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물론 지지력의 원천은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겠지요. 반면 PK는 김영삼-노무현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둘은 계승관계가 아닙니다. 맹주라 할 만한 정치인이 눈에 띄지 않고, 출신지나 이념을 불문하고 비교적 열려 있습니다. 이런 미묘한 정서는 야구판에서도 목격됩니다. 바깥에서 보면 삼성을 둘러싼 TK 정서는 3가지로 압축됩니다. TK 출신-공격 야구-초일류가 그것입니다. 김응용-선동열 감독 재임 기간 삼성은 3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명문 구단 지위를 굳혔지만 TK 팬들은 허탈감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삼성 고위층의 의사와 관계없이 끊임없이 이만수, 김시진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도 TK야구 적자를 바라보는 ‘짠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어서겠죠. 선 감독의 지키는 야구가 성과에 비해 전폭적 지지를 못얻는 또 하나의 이유는 스타일입니다. 비근한 예로 축구단 대구FC는 우승과 거리가 멀지만 지역 내 호응이 큽니다. 공격 또 공격식 ‘돌격축구’가 남자다움을 중시하는 TK 정서와 부합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끝으로 엘리트 마인드입니다. TK의 야구 명문 경북고는 고려대교우회-해병대전우회-호남향우회와 더불어 한국의 4대 결속력으로 꼽힙니다. 여기다 홈 구단은 한국의 초일류 기업인 삼성이죠. 준플레이오프 정도(?)론 대구에 만원관중이 안 차는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복잡한 대구정서에 비해 부산은 상대적으로 개방적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민주노동당 당선자가 배출됐듯 말입니다. 외국인 로이스터가 감독으로 왔어도 ‘최동원 나와라’는 식의 비토정서는 없었지요. 그러나 은근하게 오래가는 TK에 비해 PK는 어떤 모멘텀이 발생하면 폭발적 반응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남이가’ 한마디에 김영삼 대통령을 만들어낸 것이나 올 시즌 롯데를 향한 무한애정이 이를 입증합니다. 열혈남아 PK와 엘리트 TK가 준PO 승패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부활한 프로야구를 관람하는 새로운 재미일 듯 합니다. 김영준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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