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정열과신비‘혼혈의향연’…비바∼메히꼬!

입력 2008-10-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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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과 납치의 멍에를 쓰고 있는 멕시코. 남미 여행의 출발 전부터 나를 아는 모든 이들이 멕시코로 떠나는 나를 말렸다. 결국 내가 떠난다는 것을 아는 그들은 다시는 못 볼 사람처럼 나를 대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나라엔 특별한 무엇이 있다. 어릴 적부터 우스개 소리로 말하던 세상에서 가장 큰 코의 나라 멕시코. 그곳은 언제부터인가 나의 역마살을 부추기고 있었다. 화려한 축제의 장 독립 기념일 멕시코의 중부 과나후아또에서 지내던 근 한 달 전부터 멕시코 전역이 시끌벅적 했다. 지나오는 모든 길목에는 멕시코 국기모양을 본 따서 만든 옷이며, 가발, 장난감, 추리 장식이 크리스마스 보다 더 떠들썩해 보였다. 그렇게 도착한 멕시코시티는 그 어느 도시보다 더 시끌벅적했다. 해방이라도 된 건가? 독립만세라면 이정도 되겠다 싶었는데,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얼마 후면 정말 그들의 독립 기념일이라 한다. 이날은 크리오요(멕시코에서 태어난 백인을 일컫는 말) 이달고 신부가 독립운동을 시작한 날이며, 우리나라로 치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던 삼일절쯤 되는 날인 것이다. 그들의 광복절은 형식적인 행사와 함께 대포 몇 발 쏘고 집에서 TV나 시청하고 밀린 낮잠이나 자는 날이 아니다. 모든 멕시코 인들이 한데 어울려 거의 미친 듯이 축하하고 마시고 놀면서 끈끈한 결속력을 과시하는 날이다. 그래서 그날은 누구를 만나도 친구처럼 허물없이 지낸다. 마치 우리의 2002년 월드컵 때처럼 모르는 사람과도 친구가 되기도 하는 완벽한 축제 그 자체였다. 축제는 우리나라의 국군의 날처럼 군대 퍼레이드부터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탱크와 우람한 군인들이 우렁찬 구호를 외치며 나타나자 환호성을 질렀다. 축제와 같은 독립기념일을 상상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신나고 즐겁고 짜릿한 국경일이 우리나라에도 있었으면 하는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근 1시간 동안 진행되는 퍼레이드 내내 사람들은 “비바! 메히꼬!(VIVA! MEXICO, 만세! 멕시코)”를 외쳤다. 우리가 알고 있는 멕시코는 영어식 발음이고, 원어 발음은 ‘메히꼬’가 맞다. 메히꼬는 스페인 침략 전 원주민 아즈텍인이 자신들의 나라를 부르던 언어다. 그들이 신의 계시를 받아 어딘가로 이주하게 되었는데, 신은 날아가는 독수리를 가리키며 저 독수리가 선인장 위에 앉아 뱀을 먹는 곳에 수도를 정하고 메히카라고 부르라고 했다고 한다. 그것이 멕시코 국명의 기원이 되었으며 선인장 위에 앉은 독수리가 뱀을 먹는 모습은 멕시코 국기에 그대로 프린트 되었다. 지금은 그 모습이 국기로 펄럭이고 있는 쏘깔로 광장 앞은 전통의상을 입고 있는 무희들과 기념품을 파는 사람들로 들떠있었고, 수도를 정했던 그 옛날 아즈텍의 어느 시간대처럼 광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흥분으로 술렁이고 있었다. 식민 지배 상처를 열정으로 승화 그런데 왜 그렇게 그들이 광복절에 집착하는 지가 궁금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해답은 너무나 쉽다. 우리나라는 일제치하에서 36년의 세월을 보냈다. 지금도 우리는 그 세월을 치욕으로 생각하고 일본 제국주의를 미워한다. 하물며 300여년 이상 지배를 받아오다가 독립했으니 오죽하랴. 게다가 독립하는데 적잖은 희생과 피를 흘린 그들인데…. 그러나 그들은 미워할 제국주의의 대상마저도 없어져버렸다. 메스티소(스페인계와 인디오의 혼혈)의 나라로 철저하게 혼혈 되어버린 그들은 서로가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이며 침략자인 스페인은 이미 어머니 혹은 아버지의 나라가 되어버렸다. 한때 남미 지도자들은 원주민적인 것을 야만적으로 보았고 혼혈의 피를 오염이나 퇴화된 것으로 생각해 메스티소와 원주민을 압박했다. 그러나 불의를 보고 못 참았던 뜨거운 피 메스티소들은 혁명으로서 멕시코를 강하게 만들었고, 그들은 차츰 인정을 받아 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우여곡절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840년대엔 미국과의 전쟁에서 어처구니없이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네바다 등을 잃었다. 그들이 그렇게 불법으로 넘어야만 하는 미국 땅이 다름 아닌 과거의 그들 땅이었다니! 그 면적은 지금 멕시코 크기의 2배가 넘고 텍사스에는 다량의 석유와 광물이 묻혀 있었다. 그걸 알고 나서 멕시코인들 땅을 치며 내 살을 빼앗아간 양 절규했을 것이다. 아무튼 화끈하게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듯 광복절에 임하는 자세는 정말 마음에 든다. 그들은 진정으로 열정적으로 놀 줄 아는 멋진 혼혈 민족이다. 그들의 얼굴에는 스페인의 정열과 화끈함과 인디오 특유의 신비로움과 야성 그리고 그 옛날 영적인 모닥불을 피우고 밤을 낮 삼아 놀았을 그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그들은 그렇게 스스로의 에너지로 상처를 치료하고 그 위에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나가는 듯 보인다. 비바∼ 메히꼬! 이젠 즐거운 일만 가득 할 거야!!! 글·사진 | 밍 PARK potatopak@naver.com / blog.naver.com/potatopak 라틴 아메리카 여행기 ‘그라시아스 라틴’의 저자이자 포토그래퍼. 아시아보다 신비하고 유럽보다 섬세하며, 아프리카보다 야성적인 땅 라틴 아메리카의 매력을 책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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