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류끝내기’보스턴대역전극으로8-7‘기사회생’

입력 2008-10-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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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보스턴 레드삭스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모두가 탬파베이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받아들이는 상황이었다. ALCS 전적 3승 1패로 앞서있던 탬파베이는 5차전 7회초 2사까지도 7:0까지 크게 앞서 있었다. 그 때까지 보스턴 타선은 계속해서 침묵을 지키고 있었고, 지금까지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던 탬파베이 불펜 또한 뒤에 대기하고 있어 그러한 생각은 당연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그러나 ′역전의 명수′ 보스턴의 show time은 7회말 2사후부터 시작됐다. 7회말 바뀐 투수 그랜트 밸포어를 상대로 2사 1,3루 상황에서 더스틴 페드로이아의 적시타로 뒤늦은 첫 점수를 뽑은 보스턴. 펜웨이 파크의 분위기가 급반전을 이루게 된 것은 그 다음 타석에서였다. 주인공은 팀의 간판타자 데이빗 오티즈. 이전까지 올해 포스트시즌 34타수에서 무홈런에 그쳐 비난을 들었던 그는, 중요한 순간에 통쾌한 우월 3점 홈런을 작렬시키면서 순식간에 스코어를 4:7 3점차까지 좁히는데 성공했다. 탬파베이의 조 매던 감독은 급하게 마운드에 댄 윌러를 올렸지만 이미 불붙은 보스턴 타선을 잠재우기에는 늦은 시점이었다. 8회말 보스턴은 선두타자 제이슨 베이의 볼넷에 이어 J.D. 드류의 우월 2점 홈런으로 6:7까지 따라붙었다. 그리고 윌러가 투아웃을 잡아내 이닝을 마무리하는가 싶었던 순간, 마크 캇세이의 2루타와 이어진 코코 크리습의 적시타로서 기어이 7:7 동점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탬파베이가 계속 수세에만 몰리던 것은 아니었다. 9회초 그들은 조나단 파펠본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저스틴 매스터슨을 상대로 1사 1,2루의 상황을 만들어내며 승리의 기회를 먼저 잡았다. 그러나 이 때 팀의 간판타자인 카를로스 페냐가 맥없이 병살타로 물러나면서 오히려 상대의 기를 살려주고 말았다. 매던 감독은 J. P. 하웰까지 올리면서 어떻게든 분위기가 넘어가는 것을 막아보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 9회말 2사후 1,2루의 기회를 잡은 보스턴은, 드류가 상대 우익수 게이브 그로스 머리 위로 넘어가는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면서 결국 8:7의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케빈 유킬리스가 홈플레이트를 밟는 순간 펜웨이 파크의 홈팬들은 구장이 무너질 만큼 엄청난 환호를 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그야말로 가을의 드라마였다. 포스트시즌에서 7점차 이상 뒤지던 팀이 역전승을 거둔 것은 80년 전인 1929년 필라델피아 어슬레틱스가 시카고 컵스에게 0:8에서 10:8의 승리를 거둔 이후 처음 나온 것이다. 탬파베이로서는 허무한 패배가 되고 말았다. 경기 초반 다이스케 마쓰자카를 상대로 홈런 3방을 뽑아낼 때만 하더라도 그들의 승리는 확실해 보였다. 특히 페냐와 이반 롱고리아는 4차전에 이어 2경기 연속 백투백 홈런포를 뽑아내며 엄청난 장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선발 스캇 카즈미르는 6회까지 탈삼진 7개를 포함해 상대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내 승리의 발판을 확실히 마련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누가 봐도 탬파베이의 승리가 사실상 확정적으로 보였던 상황. 그렇지만 다시 한 번 가을의 기적을 쓰려는 보스턴의 저력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이날 승리가 의미 있었던 것은 그동안 부진으로 애간장을 태웠던 오티즈와 드류 두 명의 중심타선이 터졌다는 것. 둘은 각각 오늘 경기 전까지 14타수 1안타 0홈런, 13타수 1안타 0홈런에 그쳐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홈런 한 방씩을, 게다가 드류는 끝내기 안타까지 때려내면서 타격 감각을 회복한 모습을 보였다. 아마 이 부분은 차후 남은 2경기에서 보스턴에게는 큰 힘이, 탬파베이에게는 부담이 될 것이다,. 테리 프랑코나 감독의 발 빠른 대처도 칭찬받을 수 있다. 지난 4년간 두 번 월드시리즈 챔프를 경험한 감독답게 그는 5회초 마쓰자카가 더 이상 안 된다고 판단하자 빠르게 히데키 오카지마를 올려 초반 승부수를 띄웠고, 7회초에는 조나단 파펠본을 조기에 마운드로 올리는 강수까지 사용했다. 비록 파펠본은 선행주자 두 명에게 모두 득점을 헌납하기는 했으나, 8회초에는 탈삼진 2개를 포함해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제 몫을 다해냈다. 파펠본은 포스트시즌 24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을 이어가게 되었다. 탬파베이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열릴 6차전에서 양 팀의 선발은 각 팀의 에이스인 조쉬 베켓과 제임스 쉴즈로 예고됏다. 매치업으로는 쉴즈가 앞선다. 그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13.2이닝 동안 5실점 10탈삼진으로 호투했을 뿐만 아니라, 올 시즌 홈경기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 왔다. 반대로 베켓은 올 포스트시즌 9.1이닝 12실점으로 심각한 부진에 빠져있다. 그렇지만 언제나 큰 경기에 강한 선수라는 베켓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기에 승부는 쉽게 점칠 수 없다. 무엇보다 보스턴의 기세가 올랐다는 것이 무섭다. 이미 2004년과 2007년 ALCS에서 대역전 드라마를 펼쳤던 전적도 있는 팀이다. 그리고 포스트시즌 불안요소였던 탬파베이로서는 불펜문제를 해결해주는 듯 싶었던 밸포어와 하웰이 오늘 나란히 무너졌다는 것이, 그리고 보스턴 입장에서는 그 둘을 무너뜨렸다는 것이 앞으로의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젊은 팀 탬파베이가 오늘 패배의 충격을 과연 얼마나 빨리 극복해낼 지도 승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일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 상황에서는 보스턴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해도, 탬파베이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해도 드라마가 된다. 단지 어느 팀이 그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느냐가 결정되지 않았을 뿐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가을의 드라마. 그렇기에 모든 메이저리그 팬들의 관심은 이틀 후 ALCS 6차전에 집중된다. -엠엘비파크 손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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