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다이어리]난투극눈물…비오면생각나는‘PS추억’

입력 2008-10-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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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삼성, PS 6차전과비
플레이오프 6차전이 열린 23일 잠실구장.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먹구름을 잔뜩 머금은 하늘은 비를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럽게 포스트시즌과 비에 관한 추억을 떠올릴 수밖에요. 삼성 선동열 감독은 폭우 속에 펼쳐진 2004년 한국시리즈 9차전을 떠올리더군요. 당시 선 감독은 김응룡 감독(현 삼성 사장) 밑에서 수석코치로 처음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는데, 삼성과 현대는 무려 9차전까지 혈전을 치렀죠. 선 감독은 “사실 9차전에 앞서 폭우가 쏟아져 도저히 경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논바닥을 연상시키는 그라운드에서 진기한 장면들도 많이 펼쳐졌지요. 삼성은 1-8로 뒤지다 5-8로 따라갔고, 현대는 8회말 그 해 MVP 조용준을 마운드에 올렸습니다. 무사 1·2루 상황에서 비가 굵어져 11분간 경기가 중단됐고, 재개된 경기에서 조동찬의 우전안타가 터졌습니다. 3루를 돈 신동주를 류중일 3루 코치가 막아섰죠. 그런데 1루주자 강명구가 앞뒤 가리지 않고 3루로 뛰다 횡사를 하고 말았습니다. 선 감독은 “사실 류 코치가 막지 않았으면 역전 분위기였다”면서 아직도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습니다. 삼성의 9회 마지막 공격 2사 1·2루에서 신동주의 높이 뜬 내야플라이를 박진만이 놓치는 장면도 연출되면서 1점차까지 따라붙기도 했지요. 지난해 한국시리즈 3차전을 떠올리는 팬들도 있을 겁니다. 두산이 문학에서 2연승한 뒤 잠실로 왔지만 경기 내내 추적추적 비가 내렸죠. SK가 9-0으로 앞선 6회초, 두산 이혜천이 김재현의 등뒤로 날아가는 공을 던지면서 빗속 난투극을 벌이기도 했죠. SK는 비를 반전의 기회로 삼아 역전우승에 성공했습니다. 올드팬이라면 1991년 삼성과 롯데가 폭우 속에서 펼친 준플레이오프 4차전을 떠올릴 것 같습니다. 3전2선승제 준플레이오프에서 유일하게 4차전까지 갔지요. 삼성이 1-2로 뒤진 6회말 1사 2루서 김용철이 폭우를 뚫고 좌월 2점홈런을 날렸고, 8회에는 류중일이 준플레이오프 4연속경기 홈런의 축포를 날리는 등 7점을 뽑으며 10-2 승리를 거뒀습니다. 대구구장을 빠져나가는 롯데선수들의 축 처진 어깨 위로 내리는 가을비는 겨울을 재촉하는 눈물비로 기억됩니다. 올해 플레이오프 6차전도 수중전이었습니다. 3회말 김현수 타석 때 폭우가 쏟아졌는데요. 무려 51분간이나 중단됐습니다. 그러면서 또 다른 변수들을 만들었고요. 포스트시즌에 내리는 가을비. 혹시 포스트시즌의 열기가 너무 뜨거워 하늘이 이를 식히려 개입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러나 ‘가을의 고전’은 그 열기가 점점 고조돼 갑니다. 잠실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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