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기자의가을이야기] SK박정환,그남자가사는법

입력 2008-10-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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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듯이땀흘린1년그리고KS,끝나기전까지기회는꼭오겠죠
매년 10월이면 프로야구 각 구단에 ‘칼바람’이 붑니다. 새로 입단하는 유망주들을 받아들이려면 그 숫자만큼의 선수들이 자리를 내줘야 하거든요. 누군가 장밋빛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는 동안 누군가는 새로운 살 길을 찾아 떠납니다. 올해도 시즌이 끝나기 무섭게 방출선수 명단이 발표되기 시작했습니다. SK 박정환(31·사진)은 남다른 심정으로 그 장면을 지켜봤습니다. 불과 1년 전, 그도 똑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2007년 10월. 박정환은 삼성이 발표한 18명의 자유계약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아마 시절 뽐냈던 기량을 프로에서는 꽃피우지 못한 겁니다. 억대 계약금을 받고 입단하던 2000년에는 최고의 ‘유망주’로 불렸던 그입니다. 하지만 그 상태로 3-4년이 지나면 그 앞에 ‘만년’이란 단어가 붙기 시작합니다. 박정환이 딱 그랬습니다. 2007년 준플레이오프는 특히 치명적이었습니다. 두 차례의 승부처에 대타로 나섰지만 두 번 모두 삼진. “기회를 얻어도 잘 해내지 못한 선수 책임이니까요.” 그는 담담히 인정합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가 SK의 연락을 받았습니다.그렇게 8년간 살아온 대구를 떠나 혈혈단신 인천으로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미친 듯이 땀을 흘렸습니다. 전지훈련지에서 그를 본 관계자들이 “눈 한 번 마주치지 않고 스윙만 하더라”고 귀띔할 정도로요. 그래도 SK의 두꺼운 선수층은 좀처럼 뚫리지 않았습니다. 그 때 다시 실감했습니다. “열심히 한다고 다 잘 할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시즌 후반, 주전들이 부상으로 쓰러진 후에야 1군을 밟았으니까요. 이번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된 건, 그래서 더욱 특별한 일입니다. “여러 번 포스트시즌을 경험했는데, 그 땐 이렇게 행복한 일인지도 몰랐어요. 기대도 못했던 일이라 그런지 그동안과 비교할 수가 없을 만큼 좋네요.” 아직 한번도 경기에 나서진 못했어도, 마음만은 편하답니다. ‘끝나기 전 한번 쯤 기회가 오겠지.’ 그렇게 믿으니까요. “같은 아픔을 또 겪지 않기 위해서, 이번 겨울을 제대로 보내고 말 겁니다. 이젠 더 밑으로 내려갈 일도 없으니 올라갈 일만 남지 않았을까요.” 열심히 한다고 잘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잘 하고 싶다면 열심히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박정환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진리랍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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