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기자의가을이야기] SK정우람의‘우람한꿈’

입력 2008-10-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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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KS마운드…꼭우승잡을겁니다,그담엔선발·국가대표삼킬거구요”
덧니를 반짝이며 웃는 앞모습이 순하게만 보여도 떡 벌어진 어깨를 자랑하는 뒷모습은 무척 강인하답니다. 그라운드 밖에서는 ‘순둥이’로 통할지라도 마운드에 올라서면 승부사로 돌변합니다. 체격은 아담해도 이름은 우람한 SK 정우람(23·사진). 그는 묵묵히 현재에 충실하면서도 가슴 속에는 뜨거운 야망을 품고 있는 ‘두 얼굴의 사나이’입니다. 정우람이 생애 첫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오르기까지는 참으로 많은 땀이 필요했습니다. 2년 전 원포인트릴리프였던 그는 “불펜에서 서너번씩 몸을 풀면서 몇십개씩 던지다가 마운드에 올라가서 공 서너개 던지고 내려오는” 생활을 82경기 동안 반복했습니다. 지난해에도 상황은 좋지 않았습니다. 전반기 내내 ‘마당쇠’ 소리를 들어가며 열심히 던졌지만 후반기 들어 컨트롤이 흔들리면서 2군으로 밀렸습니다. 팀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도 함께 하지 못했고요. 그래서 정우람은 혹독한 겨울을 났습니다. 입에서 단내가 날 때까지 달리고, 팔이 빠질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까지 공을 던졌습니다. 한 때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던 그는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그냥 공을 던지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공을 던지고, 공을 던지기 위해 사는” 투수가 되기로 했습니다. 그런 정우람이 올해 홀드왕에 오른 걸 보면, ‘고진감래’라는 옛 말이 맞긴 맞나봅니다. 게다가 그는 그토록 꿈꿔왔던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이틀 연속 올랐습니다. 당당한 ‘불펜의 핵’으로 말입니다. “다리부터 부들부들 떨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괜찮았어요. 어떻게 잘 던져야 할까 생각하느라 머리가 터질 것 같더라고요.” 그가 쑥스럽다는 듯 씩 웃습니다. 하지만 머릿속에 그린 목표들을 하나씩 이뤄가려면 이번 한국시리즈가 중요합니다. 첫 번째가 무조건 한국시리즈와 아시아시리즈 우승이거든요. “그리고 나서는 내년에도 부상 없이 풀타임을 뛰고 싶고요, 또 그 다음엔 몸이 좀 덜 힘든 선발이나 마무리도 해보고 싶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진짜 꿈을 하나 털어놓습니다. “태어나서 한번도 국가대표가 된 적이 없거든요. 꼭 한번 태극마크가 달린 유니폼을 입어보고 싶어요.” 학창시절, 작은 체격 때문에 야구를 그만둘까 고민했던 그입니다. 하지만 유혹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체격보다 우람했던 포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제 야구인생의 스트라이크 하나를 잡아냈습니다. 삼진이든 볼넷이든, 안타든 아웃이든, 그는 최선을 다해 던지고 또 던질 겁니다. 올 시즌을 준비하던 지난 겨울처럼요.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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