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인아메리카] NBA전사들은‘문신전도사’

입력 2008-11-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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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대상문신,이젠관심의대상으로
10년 전만 해도 NBA에서 문신(Tattoo)을 한 선수는 ‘코트의 악동’ 데니스 로드맨(은퇴)이 유일했다. 로드맨의 이미지가 워낙 거칠어 그의 문신은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줬다. 하지만 이제는 팬들이 문신을 대하는 게 다르다. 선수의 숨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고, 유니폼의 일부분이 되다시피했다. 요즘은 NBA 선수 80% 가량이 문신을 했다. 심지어 대학농구 NCAA 선수들도 양팔이 문신으로 덮혀 있다. NBA 선수들이 문신의 전파자 역할을 하면서 미국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다. NBA선수들은 유니폼 특성상 몸을 드러내는 부위가 많아 문신이 눈에 확 띈다. 지난 주 개막된 NBA 게임과 함께 선수들의 문신 내용도 유심히 살펴보면 흥미로울 듯하다. 다만, 너무 빨리 스쳐 지나가 내용을 확실히 알 수 없는 게 흠이다. ○트렌드는 한자 요즘에는 한자로 된 문신이 유행을 타고 있다. 문신의 트렌드다. 한자 문신의 원조는 오프시즌 LA 클리퍼스로 이적한 센터 마커스 캠비다. 캠비 스스로도 “차이니즈 캐릭터로 문신을 한 것은 내가 처음이다”라고 자랑한다. 캠비는 오른쪽 팔에 한자로 ‘勉族’이라는 문신을 했다. ‘면족’은 국어사전에는 없는 중국에서만 사용하는 단어로 ‘씨족’이라는 의미다. 캠비의 가족사랑이 묻어나는 문신이다. 캠비는 “이 한자는 매우 쉬운 단어다. 나는 최고가 되고 싶고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이 단어를 택했다”고 한다. “왜 하필이면 중국 한자로 문신을 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쿵푸 영화를 많이 봐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베테랑 래리 휴즈(시카고 불스)도 한자 문신이다. 그가 한자 문신을 한 이유는 글씨가 작아서다. “나는 단어나 문신이 큰 것이 싫었다. 단순히 글씨가 작아서 한자를 택했다”고 한다. 휴즈는 오른쪽 발목 부근에 농구공이 불타고 있고 그 가운데 한자 忠을 새겨놓았다. 휴즈는 ‘충’을 게임과 자신에 대한 충성으로 해석했다. 덴버 너기츠의 앨런 아이버슨도 목에 忠이 있다. 샬럿 밥캐츠의 제프 맥기니스는 양 팔에 한자 문신을 새겨 넣었다. 오른쪽에는 여섯살된 아들 제프를 뜻하는 ‘杰夫’와 왼쪽 팔에는 지극히 행복하다(A state of bliss)는 幸福이 맥기니스를 지켜준다. 맥기니스는 “사람들은 이 한자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른다. 단순히 보기에 좋다”는 게 이유다. 실제 맥기니스는 문신을 새길 때 사전을 찾아봤다. 한글 문신도 있다. NBA 선수는 아니고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 1루수 프린스 필더다. 목에 프린스를 의미하는 ‘왕자’가 있다. 한글 문신으로는 필더가 유일하다. ○문신하면 앨런 아이버슨(덴버 너기츠 가드) NBA 문신의 원조는 데니스 로드맨이다. 온 몸이 문신으로 덮힌 로드맨은 등쪽에 여자의 나신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문신을 다양하고 팬들에게 어필하게 만든 원조는 아이버슨이다. 현재 아이버슨의 몸에는 24개의 문신이 새겨져 있다. 신체의 70% 가량이 문신으로 덮혀 있다. 농구 유니폼을 입고 신체가 드러난 부위는 일부분에 그친다. 팬들이 볼 수 없는 가슴 속에도 문신이 존재한다. 오죽하면 아이버슨의 몸을 ‘벽지(wall papers)’라고 부를까. 아이버슨은 농구 기량과 함께 문신으로 주목받는다. 그의 문신은 발목에서 목 부위까지 빈 틈이 없다. 사연도 다양하다. 왼 팔 가장 위에는 ‘강한 자만이 살아 남는다는 Only the Strong Survive’가 십자가와 함께 새겨져 있다. 고교 때 살인혐의로 교도소에 간 적이 있고, 홀어머니 아래에서 자란 아이버슨의 불우한 생활 환경을 알 수 있다. 그 밑에 그의 닉네임 The Answer가 불독과 함께 있다. 불독은 아이버슨이 다닌 농구명문 조지타운 대학 호이야스의 애칭이다. 그 옆에는 티베트의 산스크리트의 심볼이 새겨져 있다. 강하다(Strength)는 의미다. 팔뚝에는 Dynasty Raider를 새겼다. 어린 시절 친구들끼리 붙인 모임의 이름이다. 목에는 이니셜 CT를 새겨 놓았다. 오른쪽 팔뚝에는 Bad News를 새겼다. 어린 시절 그가 자란 고향의 어두운 기억 때문이다. Soldiers’s Head도 있다. “내 인생은 투쟁의 연속이었다. 나는 그런 장애물을 넘어서 진정 군인처럼 살아남았다”며 이 문신을 설명했다. NBN이라는 문신도 있다. Newport Bad News는 홈타운 버지니아의 뉴포트로 아이버슨은 “정말 나쁜 일들이 너무 많이 벌어졌다”고 털어 놓았다. 또 다른 오른 팔뚝에는 Panther가 있다. 초창기 문신으로 ‘사신(Grim Reaper)’이 농구볼을 잡고 있는 모양이다. 오른 손목 부위에는 한자 믿을 信(신)을 새겼다. 오른쪽 가슴에는 Tiaura &Deuce 문신이 있다. 아이버슨의 자식들 이름이다. Tawanna는 아이버슨의 부인 이름으로 배위에 새겨져 있다. 심장부근에는 두손 모아 기도하는 문신이 있다. 그를 키워준 모친 에델 앤 아이버슨과 할머니를 위한 문신이다. 오른팔 제일 위에 있는 Hold My Own(나 자신을 붙들라)는 왼팔의 Only the Strong survive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밖의 선수들 160kg의 공룡센터 샤킬 오닐(피닉스 선스)은 왼쪽 팔에 십자가 슈퍼맨, 그리고 MNA OF STEEL을 새겼다. 오닐은 NBA에서 가장 강한 이미지를 갖고 있어 슈퍼맨 문신을 새긴 것. 애틀랜타 호크스의 포인트가드 마이크 비비는 NBA 선수답게 오른 발목 부근에 네트와 NBA로고가 새겨진 농구볼을 그려 넣었다. 반대편 발목에는 나를 심판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신이다, Only God Can Judge Me라는 의미심장한 문구가 있다.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가드 천시 빌럽스는 왼팔에 King of the HILL 문신이 있다. 그가 자란 동네 파크 힐의 이웃 정을 담고 있다. MVP 코비 브라이언트는 왼쪽 팔에 딸 사랑을 표시한 Natalian Diamante가 새겨져 있다. 요즘 뉴욕 닉스의 골칫거리가 된 가드 스테판 마버리는 양쪽 머리에 유니폼 번호(3)가 있다. 워싱턴 위저즈의 가드 후안 딕슨은 에이즈로 사망한 그의 어머니 Juanit Dixsa를 가슴에 문신으로 남겼다. 온 몸이 벽지급인 덴버의 케년 마틴은 이 세상에 ‘신 외에는 무서울게 없다(Fear no man But God)’는 문구가 있다. 피닉스 선스의 아마레 스타더마이어는 ‘Black Jesus’를 새겼다. NBA의 범생이로 통하는 샌안토니오 스퍼스 팀 던컨은 오른쪽 등에 컬러풀한 어릿광대(Jester)가 있다. 문신을 알면 선수의 과거와 현재를 알 수 있다. LA |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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