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이재원,글로벌좌완킬러로

입력 2008-11-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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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SK 이재원에겐 마치 운명처럼 두 가지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첫째 SK가 류현진(한화) 대신 1차지명한 선수란 점이고, 둘째 대한민국에서 왼손투수 공을 가장 잘 치는 타자란 평가가 그것이다. 첫째 사항의 경우, 류현진이 이재원과의 비교를 달갑지 않게 여기듯 이재원도 꽤 스트레스를 받을 성싶지만 류현진과 얽히는 질문엔 가급적 말을 아끼면서도 늘 웃는 얼굴이다. 그러나 늘 미소 짓는 겉모습과 달리 이재원의 집중력과 근성은 경이로울 정도다. 그 대표적 사례가 두산과 붙었던 지난 한국시리즈 3차전 때였다. 당시 두산 좌완선발 이혜천을 겨냥해 3번타자로 전격 포진된 이재원은 “혜천 선배 상대로 2-3타석 맞붙는 것이 나의 한국시리즈 마지막 기회라 알고 타석에 들어서겠다”고 했다. 실제 이재원은 첫 타석 범타로 물러났지만 2-3타석에 걸쳐 적시타 포함 연속 안타를 터뜨리고 이혜천이 바뀔 타이밍이 되자 대주자로 교체됐다. 큰 경기에 강하기로 정평이 난 좌타자 김재현을 대신해 나왔기에 부담감이 상당했을 텐데도 이재원은 김 감독의 의도에 부응했다. 이런 이재원의 13일 아시아시리즈 세이부전 선발 출격은 예견될 일이었다. 좌투수 호아시를 선발로 예견한 SK는 한국시리즈 3차전 때처럼 이재원을 3번 지명타자로 포진시켰다. 여기서 이재원은 1-1로 맞서던 4회 무사 1루에서 좌측 폴대를 맞히는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터뜨렸다. SK는 이때 잡은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 4-3으로 승리했다. 경기 후 히어로 인터뷰를 위해 김 감독과 함께 등장한 이재원은 “첫 타석은 직구를 기다렸는데 변화구가 들어와 못 쳤지만 두 번째엔 슬라이더를 노렸는데 적중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세이부 호아시의 투구를 인터넷에서 찾느라 1시간 이상 걸렸는데 그 보람이 있었다”라고 특유의 웃는 낯으로 소감을 말했다. 김 감독조차 “왼손전문”이라 인정했고 이제는 ‘국제용 왼손 투수 킬러’가 된 이재원이다. 도쿄|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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