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 호날두 101호…맨유도감동

애스턴 빌라의 마틴 오닐 감독이 ‘코너킥 내지는 프리킥과 진배없다’는 전 창던지기 선수출신 로리 딜랍의 가공할 롱 스로인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아스널이라는 거함을 격침시켰던 스토크 시티의 이 신병기는 경기가 맨유의 일방적인 우세로 기울자 맨유 서포터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기까지 했다. 맨유의 중앙 수비수 비디치는 경기 전 딜랍 같이 멀리 던지는 스로인은 솔직히 본적이 없다며 경계심을 드러내면서도 그에 대한 대비도 되어 있음을 밝혔는데, 그래서인지 딜랍의 5번에 걸친 스로인 중 첫 번째를 제외한다면 그리 위협적이지는 못했다. 스토크 시티의 경기를 반복해서 보고 분석을 끝냈다는 퍼거슨은 스토크 시티가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라면서도 맨유의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전 경기 출장을 기록 중인 센터 백 리오 퍼디난드를 교체명단에서조차 제외하고 에반스를 기용했다. 이는 큰 체격을 바탕으로 한 우세한 체력과 딜랍의 변칙공격에 대한 대비만 한다면 무난히 막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결과적으로 단 한 점의 실점도 없이 스토크 시티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반면 아스널에 실망스런 패배를 당한 맨유로서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스토크 시티와의 경기에서 공격진은 폐 감염으로 경기를 결장한 루니를 제외하고 호날두, 베르바토프, 테베스를 출전시켜 필승의지를 다졌다. 또한 3경기 연속 출전한 박지성도 눈에 띄는 공격가담과 적극적인 슈팅으로 팬들의 함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활약을 펼쳤다. 박지성은 후반 17분 대니 웰벡과 교체될 때까지 62분 동안 쉴 새 없이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러나 이날의 백미는 역시 맨유에서만 자신의 100번째 골을 성공시킨 호날두였다. 그는 경기 시작 3분 만에 테베스가 얻은 프리킥을 통쾌한 골로 작렬시키고 자신의 대기록을 자축하는 골 세레머니를 펼쳤다. 그 후 맨유의 일방적인 공세 속에서 근근이 버텨내던 스토크 시티는 전반 종료 직전 터진 캐릭의 골로 사실상 자멸하고 말았다. 이 골도 호날두의 어시스트로 이뤄졌다. 스토크 시티의 토니 풀리스 감독도 “캐릭의 골이 우리를 죽였다”고 인정할 만큼 결정적이었다. 맨유의 수석코치 펠란이 전반에는 너무 조심스러웠다고 불만을 토로한 게 이 정도니 후반에는 스토크 시티의 이렇다 할 모습 없이 맨유의 압도적 우위로 경기는 진행됐다. 베르바토프의 감각적인 골과 웰벡의 폭발적인 중거리 슛으로 4-0까지 점수가 벌어지고 경기 종료 시간이 다가오자 관중들은 하나 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그러나 호날두의 매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89분에 다시 프리킥 기회를 가진 호날두는 딜랍 앞에서 발로도 손처럼 정확하게 찰 수 있다는 것을 시위라도 하듯 자신의 101번째 클럽 골로 5-0 대승을 알렸다. 이날은 호날두에, 호날두의, 호날두를 위한 경기로, 퍼거슨도 호날두가 다시 돌아왔다며 리그 우승을 자신했다. 맨체스터｜전홍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