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기다렸다!호날두골세리머니

입력 2008-10-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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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곳곳에 폭설이 내릴 정도로 갑자기 불어 닥친 추위 속에서 30일 맨유-웨스트햄 전이 열렸다. 방한모에 털장갑까지 등장한 가운데 경기장은 10월에 찾아온 동장군의 기세에 잔뜩 움츠러들고 있었다. 올드 트래포드 동남쪽 한구석에 자리잡은 사람들만 빼놓고 말이다. 그들은 웨스트 햄을 응원하기 위해 런던에서 올라온 서포터들이다. 경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시종 서서 함성을 지르며 응원하는 그들의 모습은 비록 수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지만 맨유의 서포터들을 압도하는 양상이었다. 경기 전 “유럽 챔피언 맨유를 존경은 하지만 두려워하지는 않는다”는 웨스트 햄 졸라 감독의 말처럼 그들은 결코 맨유의 기세에 눌리지 않으려는 듯 경기 내내 혹한을 녹일 열정을 보여줬다. 반면 맨유 서포터들에게는 전통적으로 웨스트 햄에 우위에 있는 강자의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1일에 있을 호랑이(헐의 닉네임) 사냥에 대비해 체력안배 차원에서 선수를 기용한 퍼거슨은 이날 38번째 생일을 맞이한 반 데 사르 골키퍼를 선수명단에서 완전히 빼고 최근 출장이 뜸했던 테베스를 선발 출장시켰다. 덕분에 박지성은 루니, 네빌, 긱스 등과 함께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 전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FIFPro)가 선정한 세계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려 시상식을 가진 호날두와 퍼디난드는 명불허전의 활약을 보여줬다. 수석코치 마이크 펠란이 경기의 하이라이트라고 평가한 베르바토프의 기술이 찬스를 만들어냈다면, 이를 골로 마무리지은 것은 역시 지난해 득점왕 호날두였다. 호날두는 전반 14분, 30분에 각각 2골을 몰아쳐 에버턴과의 무승부로 충격에 빠진 맨유에 편안한 승리를 선물했다. 해머스(웨스트 햄의 닉네임)를 일방적으로 두들인 이날의 낙승으로 맨유는 다시 선두 리버풀, 첼시, 아스널과의 리그 우승을 향한 경쟁가도에 합류했다. 현재 풀럼과의 한 경기를 덜 치른 맨유가 전력상 무난히 승리를 거둘 경우 맨유는 리그 선두 리버풀에는 승점 5점차, 2위 첼시에는 승점 2점차로 사실상 EPL 3위에 해당하는 성적으로 평가된다. 이날 첼시가 헐의 돌풍을 3-0으로 잠재웠듯이 주말에 있을 헐과의 홈경기를 승리로 장식한다면 빅4진입도 가능하다. 그러나 현지 전문가들은 이번 시즌 맨유의 챔피언 등극이 결코 쉽지 않음을 경고하고 있는데, 최근 첼시의 안방불패를 무너뜨린 리버풀의 기세가 심상치 않고 더욱이 리버풀과의 맞대결을 한번만 남겨둔 상황에서 다른 팀들의 도움 없이는 역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맨유의 부진했던 출발이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대목이다. 모처럼 한 경기 멀티 골을 기록한 호날두의 강렬한 골 세리머니가 리그가 중반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에야 나왔다는 점이 퍼거슨의 발걸음을 조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맨체스터|전홍석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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