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열린허정무호…허풍이태풍으로
허정무호가 변했다. 빈곤한 득점력과 불안한 수비조직, 아시아권 국가들도 압도하지 못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이제는 서서히 강팀으로서 골격을 갖춰가고 있다. 원동력은 무엇일까. 달라진 허정무호의 내면을 들여다봤다.
○귀가 열렸다
허정무 감독은 용장에 가깝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허 감독은 자신의 기준에 맞는 선수 선발만 고집했다. 코치들의 의견이 묵살된 적도 여러 차례. 그래서 ‘한 번 허 감독의 눈 밖에 나면 다음에는 절대 대표팀에 선발될 수 없다’, ‘허 감독에게 인정받으려면 무조건 많이 뛰는 게 장땡이다’는 말이 선수들 사이에서 나돌았다. 내용도 신통치 않았다. 계속된 신예들의 테스트 등으로 최강의 전력을 구축하지 못하면서 ‘허무 축구’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이런 경직된 모습이 변한 시기는 6월. 상하이에서 열린 북한과의 최종예선 1차전에서 졸전 끝에 1-1로 비긴 후 허 감독의 내면이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주위의 귀띔이다.
국내로 돌아온 직후 코칭스태프 회의에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허 감독 역시 옳다 싶으면 코치나 피지컬 트레이너, 비디오분석관 등 보좌관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대표팀 관계자는 “6월 북한전 이후 허 감독의 귀가 열린 셈이다”고 말했다. 훈련량 역시 이전보다 크게 줄었다. 대표팀 고참급 선수는 “정말 예전에 비해 훈련량이 많이 줄었다. 최근에는 훈련의 효율성에 더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가족처럼 편한 분위기
대표팀의 한 선수는 “대표팀 소집 초기에는 ‘각자 따로’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우리는 한 팀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감독님도 처음에 비해 많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언젠가부터 대표팀이 가족처럼 느껴진다고 입을 모은다. 1년 여 시간이 지나면서 선수들끼리 많이 친해진 것도 있지만 허 감독의 선수들 다독이기도 한 몫을 했다. 허 감독은 부임 후 “이운재가 필요하다. 징계 사면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대표팀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선수들 사이에서 위화감이 조성되고 선수와 코칭스태프 간 신뢰가 형성되지 못한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그 사건 이후 선수들과 면담 시간을 늘리고 대외적으로 말을 아끼면서 선수단 융화 작업에 나섰다. 대표팀의 또 다른 고참급 선수는 “선수가 감독님을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2002월드컵 이후 계속 실패했던 팀 정비가 이제야 제대로 이뤄지는 느낌이다. 이 점만 봐도 감독님의 공을 인정할 수 있다”고 평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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