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물‘4요일’공익메시지,자살엄금

입력 2008-11-29 14: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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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4요일’(감독 서민영)이 공포 스릴러 장르에 공익적 구호를 내걸었다.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방식으로 선전한다. “자살하지 맙시다!” 자살하려는 이들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이 영화를 관통한다. 중간중간 지옥 광경을 묘사하는 그림들과 “쓰레기들!”이라고 외치는 대사에서도 살기가 넘친다. 자살이 얼마나 이기적인 행동인가를 알리는 자막 문구가 인상적이다. 연출 의도가 명백히 드러날 정도다. “자살하지 맙시다!” 그러다보니 영화가 지극히 교훈적이다. 관객들을 향해 설교, 설득하려는 목적이 훤히 드러난다. 가르치려는 외침과 별개로 이 영화는 19세 이상만 관람할 수 있다. 잔인한 장면들 탓이다. 아이러니, 모순적 상황이 발견된다. 영화는 ‘자살하려는 사람들도 타살을 원치는 않을 것’이라는 콘셉트에서 출발한다. 죽음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에 집중, 죽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이 죽기 싫다며 발버둥치는 모습을 그려낸다. ‘살고 싶다’는 감성적 본능은 ‘죽고 싶다’는 이성적 사고를 넘어선다. 감독은 공포 영화를 계획한 이후 자살이란 코드를 삽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살이라는 코드에 공포물 포장을 덧입힌 느낌이 강하다. 흑백의 배경에 얼굴에 푸른 기운을 띈 포스터 사진은 일본 영화 ‘주온’ 시리즈 같기도 하다. 내용 구성 방식은 공포 영화의 장르적 특징들을 고루 활용했다. 어둡고 푸르스름한 배경 조명, 미행하듯 쫓는 카메라 워킹 등이 공포, 스릴러의 특징이다. ‘혼자 있으면 꼭 죽는다’는 공포물의 법칙과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반전을 삽입하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자살을 앞둔 등장인물 11명이 최후의 만찬을 즐기는 모습은 다분히 연극적이다. 인물들의 과장된 표현 방식, 대사에 의존한 전개 등도 연극적 요소다. 이 선전적 메시지는 공포와 스릴을 반감하지만, 연출 의도를 제대로 각인시키는 것도 사실이다. 올 여름 개봉한 공포영화 ‘고사: 피의 중간고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자연스럽게 ‘고사’에서 드러난 미숙한 구석들이 ‘4요일’에서도 확인된다. 추락사한 시체에 신발이 신겨져 있는 것을 보면서 “타살일 것이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신발을 벗고 뛰어내리지 않나”라고 추측하는 장면은 실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고사’가 내밀었던 난센스 퀴즈와 비슷한 점이다. 마지막에 반전을 보여주면서 그동안의 사건일지를 쓰윽 훑어주는 형식에서도 영화 ‘고사’가 보인다. 비논리적 설명들로 충격을 던지려는 계산 역시 ‘고사’와 닮았다. 억측과 비논리성을 이용해 범인을 찾아간다. 할리우드 영화 ‘데스티네이션’을 흉내낸 감도 없잖지만, 저예산 한국영화가 따라가기에는 무리인 듯도 하다. 깨진 유리 살에 목을 찔리고, 녹슨 못에 난타 당하고, 트랙터로 온몸이 뭉개지는 장면이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데스티네이션’을 연상해서는 결코 안 된다. 다분히 한국적인 공포영화다. ‘한(恨)’이 서리지 않았다는 것이 예외라면 예외다. ‘고사’를 보면서 무섭다고 느낀 관객이라면, ‘4요일’의 티켓을 끊어도 무방할 듯 싶다. ‘고사’가 “왕따 시키지 맙시다”란 메시지를은연 중에 흘렸다면, ‘4요일’은 “자살하지 맙시다”라는 표어를 직설적으로 뱉는다. ‘4요일’은 자살하려고 모인 11명이 한 명씩 죽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처음 사람이 죽었을 때 자살도우미를 범인으로 의심한 남녀들이 살인이 계속되자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게 된다. 애거서 크리스티 작 ‘열개의 인디언인형’과도 닿아있다. 정운택(33) 임예원(28) 이재용(45)이 주연했다. 12월11일 개봉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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