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기자의音談패설]소리꾼김용우“내소리의밑천은막걸리와돼지고기”

입력 2008-11-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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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김용우는 젊다. 올해 우리 나이로 마흔 하나이니 ‘노래꾼’으로는 빈 말로라도 젊다할 수 없겠지만, ‘소리꾼’으로서는 열혈청춘이다. 소리하는 사람으로서는 드물게 ‘오빠부대’씩이나 몰고 다닌다. 우리나라보다도 일본에서 더 쳐준다. 도대체 그에게는 무슨 매력이 있길래 이런 호사를 누리는 걸까? 김용우는 오는 12~14일 남산국악당에서 콘서트를 연다. 타이틀을 ‘이야기가 있는 콘서트’라고 잡았다. 부제는 ‘꿍꿍이’. 도대체 무슨 꿍꿍이로 이런 공연을 열겠다는 걸까? 두 가지 의문을 수첩 밑에 깔고 김용우를 만났다. “처음에는 ‘꿈꾼 이’였어요. 그러다 ‘꿈꾼 이들의 꿍꿍이는 어떤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어 ‘꿍꿍이’가 된 거죠.” 이번 공연에는 시인 도종환, 배우 권해효, 아나운서 이금희가 동참해 김용우와 함께 자신들의 꿍꿍이를 풀어 보일 계획이란다. 4인 4색의 꿍꿍이가 과연 궁금하긴 하다. 김용우는 소리 중에서도 ‘민요’에 바탕을 둔다. 그는 적어도 민요 레퍼토리에 관한 한 우리나라 소리꾼 중 첫 손을 꼽아 무방한 사람이다. 이는 그의 젊은 날을 통째로 쏟아 부어 맞바꾼 보상이다. 국악고를 나와 서울대 음대에서 국악을 전공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을 졸업했다. 전형적인 우리나라 국악 엘리트이다. 그런데 기실 그는 피리를 전공한 사람이다. 그가 피리를 접고 소리로 전향한 데에는 사연이 있다. 고교시절부터 그는 우리 노래 ‘12가사’에 관심이 컸다. 대학에 가면 꼭 배워야지 하고 별렀다가 마침내 인간문화재로부터 12가사를 전수받으며 소리를 닦았다. 5년 뒤에는 시험을 치르고 정식 이수자가 됐다. 대학 시절에 동아리에서 농촌활동을 나갔다가 촌부의 농요 한 자락에 홀딱 반했다. 그 이후 녹음기 하나 달랑 들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민요를 채집하고 다녔다. “막걸리 한 통, 돼지고기 한 근 사들고 무작정 가는 거죠. 동네에 가서 아무나 붙잡고 ‘여기 노래 잘 하시는 분이 계시다는 소문 듣고 왔는데요’하는 겁니다. 한 번은 소개 받고 갔더니 트로트를 잘 부르시는 분이더라구요, 하하하!” 그때처럼 행복했던 시절이 없었다. 열의 일곱은 ‘아이고, 어서 오시오’하면서 대환영을 받았다(S대 학생은 더욱 그랬다). 밤새 마을사람들과 술 마시고 놀고 난 다음날이면 녹음기가 꽉 찼다. 91년부터는 진도 조공례(인간문화재 51호) 할머니로부터 제대로 민요를 배웠다. 남도 들노래 보유자인 조공례 선생은 그야말로 우리 노래의 보고였다. 그 방대한 레퍼토리를 버티고 앉아 몽땅 빨아들였다. 덕분에 김용우는 지금도 레퍼토리로 고민을 하지 않고 산다. 공연이나 음반 콘셉트에 맞춰 머리 속에 들어 있는 수 백, 수 천곡의 노래들을 적당히 뽑아내면 그만이다. 세상에는 민족의 수만큼이나 많은 민요가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민요는 무슨 강점이 있을까? “다양성이죠. 이 작은 땅덩어리 안에 정말 엄청나게 다양한 노래가 있어요. 우리들은 그걸 ‘토리(지역마다 갖고 있는 음악의 특징)’라고 합니다. 게다가 목을 쓰는 방법이 다 달라요. 외국의 경우 지역마다 노래가 다르다고 해도 창법은 같거든요. 우린 남도노래와 경기노래가 창법이 다르죠. 북한 노래는 또 달라요. 정말 경이로울 정도에요.” 김용우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문화재가 되는 것도, 소리 분야의 최고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는 한 우물이 아닌 열 우물을 팠다. 열 우물을 판 이유는 남들이 흉내낼 수 없는 김용우만의 소리를 해보고 싶어서였다. 열 가지 소리를 내고 싶어 열 우물을 팠다. “어려서부터 아바의 광팬이었죠. 피아노도 오래 쳤어요. 내 몸 속엔 서양음악도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국악에 서양악기를 섞는 것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우리 노래가 정말 잘 표현되려면 어떤 악기를 써야 할까를 고민할 뿐이죠. 이번 공연도 마찬가지입니다. 장구 하나, 피아노 한 대, 베이스 하나로만 무대를 꾸밀 거예요. 그 빈 공간에 노래를 채울 겁니다.” 소리꾼 김용우의 ‘꿍꿍이’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고놈의 꿍꿍이는 고약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양형 모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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