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초대사장‘창단의추억’안용태“선수데이트도감시…독재자였죠”

입력 2008-12-02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SK 와이번스 구단 연혁을 펼치면 그 첫줄은 이렇게 시작된다. ‘2000년 2월 9일 창단 준비팀 인선(준비팀장: 안용태 SK NJC 전무).’ 그해 3월 20일에 SK는 공식 출범했다. 안 팀장은 초대 사장에 취임했다.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파이터’ ‘깡패사장’으로 회자되는 안 전 사장이 들려주는 ‘옛날 옛적 SK야구 뒷담화’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SK로 보면 비룡의 올챙이 시절 이야기다. ○Once upon a time in SK 안 사장은 SK케미컬 입사 이래 도쿄 주재원을 지내는 등, 평생 합섬맨으로 살았다.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돌연 ‘야구단이 생기게 됐다. 적임자는 너밖에 없다’란 특명이 떨어졌으니 이런 날벼락도 없었다. IMF가 오지 않았다면, 쌍방울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김대중 정부의 실세가 SK 그룹에 야구단 창단을 재촉하지 않았다면, 이 중 하나만 아니었다면 안 사장은 평생 야구와 별 인연 없이 살았을 텐데 말이다. 어떠한 네트워킹도 노하우도 없는 상황에서 안 사장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야 할 판이었다. 인수가 아닌 창단이라 강조했다지만 쌍방울 선수들을 다 받아왔다. 여론의 비난을 받을까봐 당뇨병 걸린 선수까지 데려왔다. 그러나 수족(김기태 박경완 조규제 김현욱 등)을 다 팔아버린지라 안 사장 표현을 빌리면 ‘동네야구 팀’이었다. 곡절 끝에 연고지로 정해진 인천은 현대의 이탈로 박탈감이 상당했다. 그 덤터기를 SK가 뒤집어쓴 꼴이었다. ‘너희 서울 못가서 여기 온 거잖아’란 시선이었다. 여기다 문학구장이 완공되기 전 도원구장은 최악의 인프라였다. 하다못해 사인회를 하려 해도 스타가 없으니 여의치 않았다. 이런 불모지대에서 안 사장은 출발선에 섰다. 안 사장이 처음 한 작업은 KBO(한국야구위원회) 박용오 당시 총재에게 -얼굴도 안 본 상태였다- 전화부터 걸어 “서울을 달라”고 요구한 것이었다. 목동구장을 홈으로 설정하고 리모델링에 6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각계의 반발과 현대의 서울 입성이 맞물려 SK는 인천-경기-강원을 영향 지역으로 확보했다. 대신 현대는 수원을 임시거처로 삼고 서울로 갈 예정이었는데 경영난으로 입성금 54억원을 갚지 못해 눌러앉게 됐다. 이후 히어로즈가 공짜로 목동을 차지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가정, SK가 목동으로 갔더라면? 프로야구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러나 안 전 사장의 인천행 결단은 훗날 SK에 두 가지 큰 선물을 안겨줬다. 2002년 완공된 문학구장이란 한국 최고의 야구 인프라 확보와 인천-경기-강원에 걸친 광역연고권 덕분에 그 지역 고교의 1차 지명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김광현도 최정도 그 유산에 해당된다. 다음엔 전력강화 작업에 착수했는데 대뜸 ‘2001-02년 신인지명권 1-3번을 2년 연속 달라’고 요구했다. 타 구단이 결사반대했지만 안 사장은 ‘토론(혹은 협박)’ 끝에 의지를 관철했다. 다른 구단은 지금도 이 사건을 생떼 수준으로 기억하고 있다. 안 사장은 “박용오 총재, 한화 이남헌 사장, 해태 정기주 사장에 대해선 지금도 고맙다”고 회고했다. 그 시절 지명했던 선수가 채병용, 박재상, 윤길현 등이다. 미국에 머물던 강병철 감독을 영입해 2000년 첫 시즌을 맞았다. SK는 4월 5일 첫 경기에서 삼성을 이겼고(3-2), 홈 개막전(4월 8일 한화전 7-3 승)까지도 이겼다. 안 사장은 “이기고 나서도 뭐가 뭔지 모르겠더라”고 웃었지만 지금도 당시 스코어와 두 경기에서 모두 세이브를 챙긴 이승호의 삼진개수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안 사장의 유별난 이승호 사랑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연패, 44승 86패 3무(승률 0.338) 꼴찌. 얼마나 졌으면 이길 적마다 보고를 올렸는데 그룹 고위인사에게서 ‘왜 안 사장은 보고를 잘 안 하냐’란 타박까지 들었다. “일단 이겨야 마케팅도 가능하다. 100억이라도 쓰겠다”고 각오한 안 사장은 이 시점부터 ‘선수 수집’을 본격화한다. 이호준 김경기 조규제 조웅천 강혁 김민재 정경배 김기태 김상진 정대현 정상호 조진호 등이 SK 유니폼을 입었다. 또 박승호 타격코치를 따로 불러 이호준 이진영 채종범에게 특별과외를 지시했다. 선수 데이트도 감시했고, 아파서 입원했을 땐 문병까지 직접 갔다. 2002년 임기를 마친 안 사장의 마지막 선물은 조범현 감독과 박경완 영입이었다. ‘안용태 이후 SK’는 한국시리즈 우승 2회, 포스트시즌 진출 4회의 강팀으로 변신했다. 김성근 감독-신영철 사장 이전엔 강 전 감독과 안 전 사장이 있었다. 역시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김영준기자 gatzby@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