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박…아내에‘백화점옷’사줄래요”

입력 2008-12-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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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60억야쿠르트입단이·혜·천
‘야쿠르트맨’이 된 이혜천(29).올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왕대박’을 터뜨린 건 삼성에 잔류한 박진만도, 롯데로 간 홍성흔도 아닌 이혜천이다. 이혜천은 최근 일본 야쿠르트와 ‘확정금액’ 260만 달러에 옵션 140만 달러를 합해 2년간 총액 400만 달러(60억원)라는 초대형 계약에 성공했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떠나간 이혜천’에 대해 아쉬워하면서도 ‘러키 가이’라고 했고 삼성 선동열 감독은 “왼손이란 희소성에다 여러 팀에서 경쟁이 붙으면서 몸값이 치솟았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29일 일본에서 돌아온 뒤 현재 부모님이 계신 부산 본가에 머물고 있는 이혜천과 3일 전화인터뷰를 했다. ○기대 이상의 ‘완전대박’ “완전 대박이죠”라는 게 그의 첫 마디였다. “운이 정말 많이 따랐다. 그래서 더 잘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했다. 올해 그가 받은 연봉은 1억5000만원. 수십배에 이르는 ‘연봉 상승’에 대해 그는 “정말 기대 이상이다”며 “에이전트를 맡아준 (박)유현이형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밝혔다. 1,2군을 오고가던 올 시즌 초반 만해도 이혜천이 이런 ‘완전대박’에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묘하게 일본 관계자들이 나를 보러 왔을 때 성적이 좋았다. 특히 SK와의 한국시리즈 때도 밸런스가 좋았고.” 요미우리, 야쿠르트를 비롯한 여러 일본 스카우트들이 잠실을 찾았던 9월 26일 삼성전. 그는 5.2이닝 동안 단 2안타만 허용하고 삼진을 무려 8개나 잡으면서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올 시즌 최고구속인 시속 150km를 찍었던 것도 그 때였다. ○꿈은 이제 시작 “계약서에 사인하는데 ‘이제 진짜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묘하더라. 갑자기 어깨가 10m는 높아진 듯 우쭐한 기분도 들었다”는 게 그의 솔직한 말이었다. ‘외국 진출’이란 큰 꿈을 그리기 시작한 건 부산상고를 졸업하고 두산의 전신인 OB에 입단했던 1998년. “1억5000만원이란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프로에 왔을 때, 언젠가 메이저리그든 일본이든 꼭 한번 도전해보겠다는 꿈이 생겼다. 10년만에 그 꿈을 이뤄 정말 꿈만 같다”는 그는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난 이제 스타트라인에 섰다”고 했다. 항간에서 ‘제구력이 좋지 않은 이혜천은 일본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 이에 대해 “SK와의 한국시리즈 때 폼도 그렇고 밸런스도 그렇고 굉장히 느낌이 좋았다. 쉬고 있는 지금도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그때 느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스피드만 떨어지지 않는다면 일본에 가서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련한 추억으로 남은 ‘바보 3형제’ 이혜천은 한 때 두산에서 명성(?)을 날렸던 바보 3형제 중 한명이었다. 그 때 ‘형제’였던 멤버가 지금 LG에 있는 투수 박명환과 현역에서 은퇴한 최용호. “지금도 그 때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웃음이 난다. 정말 재미있게 보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10년간 몸 담았던 두산을 떠나면서 많은 이들의 얼굴이 떠 올랐다. “1년을 함께 했지만 10년을 사귄 것처럼 날 돌봐준 (김)선우형, 선배처럼 든든했던 (정)재훈이, 일일이 다 이름을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동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 일본서 용품을 공급해줄 여러 업체와의 ‘스폰서 계약’도 뒤로 미루고 지난달 29일 일본서 돌아온 것은 ‘아끼는 동생’ 이대수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대수랑 채상병은 진짜 가족처럼 지냈다. 일본에 가서도 생각이 많이 날 것”이라고 했다. ○꼭 서고 싶은 WBC 무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이후 대표팀 유니폼을 입어보지 못한 그는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김인식 감독님께 뽑아달라고 부탁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 자신보다 1년 먼저 야쿠르트에 몸 담은 선배 임창용에 대해 “입단 과정에서 나를 많이 챙겨줬다. 큰 도움이 됐다”는 그는 “내가 선발로 던지고 창용이형이 마무리를 하는 멋진 게임을 보여드리겠다. WBC에서 먼저 그런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언제나 곁을 지켜준 아내 허리 수술로 한 시즌을 통째로 쉬었던 지난해. 힘겨운 시간을 보내며 아내 박은정씨에게 짜증도 많이 냈다. “그 때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 뿐이다. 아내가 내 짜증을 다 받아줬다”는 그는 “요즘도 아내는 동대문에서 옷을 사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5000-6000원짜리 옷을 산다. 이젠 백화점에서 번듯한 옷을 사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하기도 했다. “와이프 음식 솜씨가 정말 좋다”고 자랑을 하던 그는 “야쿠르트가 내년 시즌 초반엔 원정게임이 많다. 시즌 중반까지 아내는 한국과 일본을 오고갈 것”이라면서 “한동안 떨어져 살게 될텐데 많이 보고 싶을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이다”며 아내에 대한 애틋한 사랑도 내비쳤다. 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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