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여자골프국가대항전폭설풍경]“눈속볼찾아라”…캐디갤러리수색작전

입력 2008-12-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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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제주 핀크스골프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눈과의 전쟁을 벌였다. 6일부터 열릴 예정이던 한일여자프로골프 국가대항전이 많은 눈으로 취소될 상황에 놓이면서 최소한 2라운드 경기라도 치르려는 골프장 측은 제설장비와 인원을 총동원해 눈을 치우는 눈물겨운 광경을 연출했다. 6일 밤부터 제설작업을 펼쳐온 핀크스골프장은 7일 오전에도 눈을 치우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각종 제설 장비를 동원해 페어웨이의 눈을 러프 쪽으로 걷어냈고, 다른 한 쪽에서는 직원들이 수동 제설장비를 들고 나와 그린의 눈을 치웠다. 심지어는 눈을 빨리 녹게 하기 위해 그린에 온천수를 뿌리는 특단의 조치까지 내렸다. 일손이 모자란 핀크스골프장은 인근의 다른 골프장에게 지원을 요청하면서 제설작업을 벌였지만 아쉽게 대회를 치를 수 있는 수준까지 작업을 마치지 못했다. 오전 10시, 티오프가 예정된 시간까지도 제설작업을 끝내지 못한 골프장측은 결국 대회 취소를 결정했다. 40분 뒤 한국과 일본에서 12명의 선수가 출전해 10번홀부터 19번홀까지 9홀 스트로크 친선 게임을 갖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친선 경기지만 많은 눈이 페어웨이를 덮고 있어 새로운 로컬룰을 적용했다. 볼이 눈에 빠질 경우 수리지로 인정해 눈을 치우고 볼을 닦을 수 있으며, 1클럽 이내에서 드롭해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했다. 볼이 눈 속으로 들어갔지만 볼을 찾지 못한 경우에는 1벌타를 받고 동일 거리의 페어웨이에서 리플레이스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웃지 못 할 광경도 펼쳐졌다. 흰색의 볼이 눈 속으로 들어가면 찾기 힘들 것을 대비해 선수들은 빨간색 사인펜으로 볼을 색칠하는 정성을 보였다.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 같았으면 형형색색의 컬러볼을 사용해 쉽게 해결할 일이었지만 프로선수들은 각자 자신이 사용하는 볼을 고집하기 때문에 쉽게 볼을 바꾸기 어려웠다. 정규 대회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색 광경도 속출했다. 선수가 친 볼이 눈 속으로 빠지면 10여 명의 포어 캐디와 갤러리들이 달려들어 볼을 찾아 눈밭을 헤맸다. 그러나 한 번 눈 속으로 빠진 볼은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만큼 힘들어 대부분의 선수는 볼을 찾지 못하고 포기했다. 첫 주자로 나선 유소연과 미츠카 유코는 시작부터 볼을 찾느라 10분 이상 허비했다. 분명 볼이 페어웨이 오른쪽 눈밭으로 떨어진 것을 목격했지만 그 볼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친선 대회였지만 선수들은 더욱 정신을 바짝 차리고 경기를 펼쳤다. 티잉 그라운드부터 150야드가 떨어진 지점의 페어웨이 중간 부분만 눈을 치워 놓았던 터라 볼이 조금만 빗나가도 눈밭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정교한 샷을 뿜어냈다. 폭설로 인해 대회 진행 자체가 불투명하게 보였지만 골프장 측의 노력으로 다행히 9홀 친선 경기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며 막을 내렸다. 대회 관계자는 “하루, 아니 반나절만이라도 빨리 날씨가 풀렸다면 충분히 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날따라 눈이 야속하게 보인다”며 아쉬움 섞인 한 마디를 던졌다. 서귀포|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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