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강추!주목받지못한명앨범5장

입력 2008-12-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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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걸작?축복받은선율!
한 해 동안 수천장의 음반이 쏟아지지만 대중의 관심을 받는 음반은 ‘고작’ 수십장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뛰어난 음악성과 감수성, 심지어 대중성까지 갖추고서도 대중의 관심 한 번 받지 못한 채 사장되는 음반들도 많다. 올해 나온 앨범 가운데 홍보가 전혀 되지 않아, 혹은 ‘때’를 잘못 만나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하지만 그냥 묻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앨범 5장을 소개한다. 순서는 앨범 출시순이며, 싱글 음반은 배제됐다. ○ 강채이 1집 ‘사랑에 중독되다’ 강채이의 데뷔 앨범 ‘사랑에 중독되다’는 ‘신비하다’란 말로 수식된다. 신비스런 가수의 목소리에 노래도 ‘멜로딕 포크’(Melodic folk)를 표방했다. 멜로딕 포크란 멜로디가 강조된 포크음악. 1월8일 나온 강채이 1집은 R&B와 솔, 힙합 등 흑인음악과 ‘꺾기창법’에 길들여져 있던 대중의 귀에 신비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줬다. 작사·작곡·편곡 능력까지 갖춘 그의 뮤지션적 능력은 양희은과 한영애, 이상은으로 이어져온 포크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후계자라 불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방송에 출연하지 않는 전략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김진표 5집 ‘캘런티 쇼’ 5월, ‘4년 만의 신보’라는 설명만으로도 팬들을 기대하게 했던 김진표 5집 ‘갤런티 쇼’는 ‘역시’라는 찬사가 나오게 했다. 집시풍 사운드부터 트랜스까지 여러 스타일에 김진표 특유의 흥겨운 랩핑, 거기에 리쌍의 길이 멜로디 수퍼바이저를 맡아 멜로디도 한층 대중성을 얻었다. 뉴욕에서 브라스 세션을 녹음하고 마스터링까지 하면서 김진표 앨범 사상 최고의 완성도를 자랑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흥행에는 실패했다. 직격탄은 지상파 3사 심의실로부터 받은 ‘19금’ 판정이었다. 14트랙 중 6곡이 방송사로부터 ‘19금’ 판정을 받았다. 타이틀곡까지 ‘방송불가’ 판정을 받아 음반을 내놓고도 활동을 할 수 없었다. ○서드코스트 1집 ‘퍼스트 컬렉션’ 일렉트로니카 음악은 유행을 선도하는, 이른바 ‘트렌드 세터’의 ‘필청음악’의 상징으로 꼽힌다. 클래지콰이가 국내에 일렉트로니카의 보편성과 대중성에 불을 지펴놓았지만, 서드코스트도 이미 2001년 결성돼 트렌드 세터들을 움직일 준비를 해왔다. 3월 나온 서드코스트 1집 ‘퍼스트 컬렉션’은 성민과 소현, 지호 세 멤버의 음악적 역량과 열정 외에 일본의 유명 음악가 노리히토 스미토모, 샘 리, 채영, 태완 등이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서트코스트는 방송 출연도 좀 했고, 클럽공연도 자주 했지만, 대중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지는 못했다. 경쾌한 일렉트로니카, 여성 보컬의 형식이 클래지콰이와 비슷해서인지 서드코스트는 음악성에도 결국 변별력을 갖추지 못했다. ○티지어스 1집 ‘갓 오브 하모니’ ‘The Guys Using Sound’의 약자인 티지어스(TGUS)는 한관희, 박상준, 이시현, 송영민 4명으로 이뤄진 아카펠라 그룹. 7년의 준비 끝에 6월 1집 ‘갓 오브 하모니’를 발표했다. 티지어스는 나름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대만의 김태희’ 장균녕과 손호영이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가 하면 “패밀리레스토랑 TGI도 아니고”라는 ‘왕비호’ 윤형빈의 독설 덕분에 이름을 널리 알렸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8월의 우수 신인음반’에 선정되기도 했다. 탄탄한 실력으로 한국의 ‘보이즈투맨’이라는 수식어도 달았다. 하지만 대형가수들 앞에서 작아질 수밖에 없는 게 신인의 운명. 티지어스는 데뷔 당시, 해체 3년 만에 다시 뭉친 쿨과 ‘디스코’로 배우에서 가수로 돌아온 엄정화 등 쟁쟁한 가수들의 높은 벽에 부딪혔다. ○에코브릿지 2집 ‘오디나리언’ 피아니스트 출신 싱어송라이터 에코브릿지는 7월, 1년 3개월 만에 2집 ‘오디나리언’(Ordinarian)을 발표했다. 전자음이 가미된 음악이 주를 이루는 가요계에 그의 음악은 물 흐르듯 잔잔한 피아노 선율과 군더더기 없는 목소리로만 채워져 있다. 2집 제목 ‘오디나리언’도 ‘평범한’을 뜻하는 ‘Ordinary’와 ‘사람’을 의미하는 접미사 ‘-an’을 합성해 만들었다. ‘평범한 사람이 하는 음악’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자극적인 음악에 길들여져 있는 사람들의 귀에 그의 음악은 조금 심심했나 보다. 에코브릿지의 음악을 접한 이들은 대부분 10점 만점에 10점을 줬지만 결국 많은 전자음들 사이에서 잔잔한 피아노 선율은 배경음으로 묻히고 말았다. 저주받은 걸작이란? ‘저주받은 걸작’이란 말은 원래 영화계에서 유래됐다. 원래는 뛰어난 완성도를 갖추고 언론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지만 관객들에게 철저히 외면 받은 영화를 가리킨다. 또는 개봉 당시 평단에서 혹평을 받았지만 뒤늦게 재평가되는 영화를 말하기도 한다. 지금은 빼어난 완성도와 작품성을 갖췄지만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한 ‘불운한 작품’을 가리키는 말이 됐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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