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3일과 30일 각각 개봉한 두 영화 ‘달콤한 거짓말’과 ‘쌍화점’에 동시에 출연한 배우가 있다. 바로 조진웅(사진)이다.
아직 영화 팬에게 친숙한 얼굴에 비해 이름은 낯선 연기자. 하지만 그는 시나브로 스크린에서 자기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배우다.
185cm의 큰 키에 힘깨나 써 보이는 덩치 덕에 주로 깡패 역할을 많이 맡았다. 그러나 ‘우리형’에서는 지능이 모자란 두식이 역할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영화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인 조진웅은 출연작 두 편이 연이어 개봉하며 어느 해보다 의미있는 2008년을 보냈다.
하지만 조진웅을 잘 아는 영화 관객이라도 두 영화에서 같은 얼굴을 찾기 쉽지 않다. 연이어 촬영했지만 두 영화에서 조진웅의 체중 차이는 약 20kg 이상이다.
‘달콤한 거짓말’에서는 말쑥한 경찰, ‘쌍화점’에선 원나라 공주의 오라버니 역할이니 분위기도 확 다르다. 사실 조진웅은 역할을 위해 체중을 최고 40kg까지 늘리고 줄이기를 밥 먹듯 해왔다.
조진웅은 “유하 감독과는 ‘말죽거리 잔혹사’부터 ‘비열한 거리’까지 함께 했다. ‘쌍화점’을 하신다고 해서 은근히 연락을 기다렸다.
왕의 호위대 건룡위에 키 180cm가 훌쩍 넘는 잘생긴 배우들이 많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드디어 나도 잘생긴 미남 역할을 하는구나’ 기대를 하며 살을 빼고 운동을 했다”며 웃었다.
그러나 유하 감독이 그에게 기대했던 배역은 원에서 시집온 왕비(송지효)의 오빠. 부도덕한 권력의 상징으로 뚱뚱한 체격이 필수였다. 조진웅은 ‘왜 운동을 하고 체중을 줄였냐?’고 궁금해 하는 유하 감독의 시선을 피하며 다시 체중을 늘려야 했다.
반면 ‘달콤한 거짓말’은 오랜만에 눈에 힘을 빼고 편안하게 연기한 작품. 영화 속 기억상실증에 걸린 척 연기를 하는 박진희를 의심하며 뒷조사를 벌이는 경찰 역할이다.
조진웅은 “오랜만에 사람다운 역할이었다”며 웃었다. “촬영 끝내고 집에 가면 가족들이 ‘이번 영화에서도 죽느냐?’고 물어볼 정도다. 사람 때리지 않고 욕도 없고, 로맨스까지 있는 역할이라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